CGV 관객 급증에 '미소' 짓지만 직원은 인력난에 '비명'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인기 영화가 개봉하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25개월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원이 감축된 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아 직원들의 비명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일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매점 매출은 취식이 금지된 기간(4월 14~25일)에 비해 무려 5.3배 늘었다. 관객 수는 취식 금지 기간에 비해 2.5배 증가한 317만2810명으로 조사됐다. 매출에서 팝콘이 차지하는 비중도 23.4%에서 63.9%로 약 3배나 급증했다.
CGV 입장에서는 관객과 매출이 늘어 함박웃음을 지어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관객을 상대하는 직원 직원들은 갑자기 늘어난 관객에 미소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금 시키는 그 팝콘, 직원들 수명 갉아 내 드린겁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CGV 직원으로 밝힌 글의 작성자 A씨는 “코로나19 이전엔 직원들이 6~7명 있었지만 지금은 3명이 3교대 근무 하고 있다”며 “이제 정상화되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인력도 정상화 시켜 주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A씨는 “불이 나도 안내할 직원이 없고 영화 시작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사람도 없다”며 “매점엔 대기 고객만 300명을 넘어 밥은 커녕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기간 기자가 서울에 있는 영화관을 방문해보니 매점엔 3줄 이상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수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은 고작 3명에 불과했다. 상영 시간이 다가와 입장하려 티켓을 준비했지만 검표 직원이 있는 자리에는 ‘상영관 자율 입장으로 티켓 확인없이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또 이전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영화가 끝난 후 스크린 자막을 통해 제공하는 배급사, 제작사, 감독, 연기자 등 영화 제작 정보)이 올라가면 직원이 등장해 나가는 곳을 안내했지만 지금은 관객이 직접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는 곳에 있는 쓰레기통 주변에도 먹다 남은 음식과 음료가 정리되지 않아 빼곡하게 쌓였다.
기존에 이 자리에 서있던 직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은 CGV매점 매출은 △2019년 3213억원 △2020년 879억원 △2021년 813억원으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CGV는 2020년 2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CGV는 직영점 30% 일시 영업 중단, 희망퇴직, 자율 무급 휴직, 급여 반납 등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정직원 수는 109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1519명)과 비교하면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이들의 빈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이는 직원들의 업무 강도 증가로 이어졌고 현장에서 이들의 미소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관객이 영화관에서 받는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직장인 B씨는 뉴스투데이에 “팝콘을 구매하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나올걸 그랬다”면서 “상영 시간이 다가와 가족들을 먼저 입장시키고 혼자 팝콘을 들고 상영관에 들어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10일 블라인드에 ‘CGV 채용 안 해??’라는 글을 올린 C씨는 “매니저나 바이저 채용은 멈췄어? 닥스(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보러 갔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지도 않는데 팝콘 하나 받기도 어렵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는 “라운지 난리났다”, “그런 듯 입장표 검사도 안 하던데”, “빈자리 들어가서 앉아도 모를 것 같다”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CGV는 사전에 직원을 채용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몰렸다는 입장을 내놨다.
CGV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대비해 일부 인력을 충원했지만 닥스 개봉에 애초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미소지기 추가 채용 등을 통해 현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