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메가 트렌드 (6)끝] 현대차·KB국민은 IT 개발자 중심 채용...네이버·카카오는 실적 부진에 '대규모 채용전략' 수정

서예림 인턴기자 입력 : 2022.06.23 07:30 ㅣ 수정 : 2022.06.23 16:09

IT개발자 올해 1만4514명 부족...기업의 64.2%가 IT채용에 어려움 겪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IT부문의 채용 규모 늘어나
전경련 관계자, "근로시간 규제 완화하고 IT인력 대거 양성 교육 체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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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부족이 금융, 완성차 등 산업 전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IT기업은 늘어나는 IT개발자의 수요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실적 부진 등으로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며 IT개발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많은 IT개발자들을 필요로 하는 IT업계는 연봉 인상과 복지를 앞세워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지만 숙련된 개발자를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서둘러 채용한 개발자의 경우, 업무 숙련도는 낮고 높은 인건비로 인해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는 업계의 하소연이 깊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 실적은 대부분 전망치를 하회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IT개발자 부족은 금융, 유통, 완성차 등 산업 전 분야로 이어지는 추세다. 최근 자동차 기업과 금융사에서는 ‘개발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국민은행 등이 잇따라 IT인력 중심 채용에 나섬에 따라 IT기업의 개발자 인력 일부가 자동차기업과 금융사로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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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 2022년 부족한 IT개발자는 1만4514명 / 개발자 초임은 5000만∼6000만원 / IT 업계, "양보다 질적인 미스매치의 문제" 지적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정책과 제도로는 인재를 충원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IT개발자에서 부족한 인력 수는 2020년 4967명에서 지난해 9453명, 올해 1만4514명으로 급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83개사를 대상으로 ‘IT 인력 채용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64.2%가 IT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업형태 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65%로 가장 많은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중견기업 64.4%로 뒤를 이었다. 비교적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경우도 41.7%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과도한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서(50%·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가 어려워서(47.2%)’ ‘지원자 수가 적어서(45.5%)’ 등의 이유를 들었다.

 

IT개발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숙련된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초임 연봉부터 5000만원~6000만원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인 컨센서스가 IT 인력 채용시장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형 게임사, 인터넷플랫폼 업체 기준으로도 1000만원 이상 높아졌다.

 

그럼에도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업계 평판조회 등 정밀한 채용과정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인력 충원에 나선 결과 인건비 부담은 폭증했으나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IT업계에선 개발자 부족의 원인은 양적 차원의 문제보다 질적인 미스매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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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 네이버·카카오, 지난해 대규모 인력 채용했지만 실적은 부진 / 네이버 김난선 CFO "영업이익률 개선 위해 채용 규모 줄일 것"

 

네이버는 지난해 3월 개발자 900명 채용을 선포하고 11월에 목표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자 채용이다. 네이버의 공격적인 인재 채용이 실적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네이버의 올해 매출 예상치는 1조7487억원에서 1조840억원으로 약 13.3% 낮아졌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018억원으로 전 분기 3512억원보다 14.1%가 줄었다. 

 

한편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임직원 750여 명을 늘린 반면 올해 매출 예상치는 1조840억원에서 8269억원으로 약 2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전년동기 1502억원에서 0.7% 증가하는 데 그쳐 증권사의 컨센서스(예측치 평균값)에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네이버의 평균 연봉은 1억2915만원에 달하며 올해는 10% 더 인상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평균 연봉은 1억7200만원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15%로 네이버보다 더 높게 설정됐다.

 

이처럼 IT업계 내에서 실적 부진과 인건비 부담이 이어지자 네이버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부터는 신규 사업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공격적인 채용 정책 유지의 필요성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 영업이익률의 개선을 위해, 앞으로의 채용 정책은 18%의 순증 속도보다 훨씬 감소한 코로나 이전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개발자 인력난 등으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채용을 서두른 역효과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IT기업들은 이미 올해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 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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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IT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  현대자동차 채용 홈피 분석해보니, 79.5%가 IT개발자 공고/국민은행은 3년간 신규 채용의 32.6%가 IT인력

 

자동차 및 금융 업계는 IT개발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현재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게시된 채용 안내 186건 중 79.5%에 달하는 148건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전동화 등과 관련된 IT인력 공고로 집계됐다. 기획·전략과 관련된 채용 공고에서도 IT가 등장했다.

 

금융 업계 역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IT인재 확보에 나섰다. 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2019~2021년 신규 채용한 IT인력은 98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새로 뽑은 임직원 6319명의 15.5%에 해당한다.

 

특히 국민은행은 3년간 신규 채용 인원의 32.6%(382명)을 IT인력으로 채웠다. 디지털 금융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IT분야의 인재 또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자리 잡은 만큼 금융, 유통, 자동차 등 업계에서도 IT개발자 확보전쟁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IT업계 일부 인력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양한 기업에서 IT개발자를 필요로 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선 연봉을 올려도 IT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부족한 인력 공급과 낮은 업무 숙련도를 해결하지 않는 한 IT 인력난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른 정부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함과 동시에 대학과 기업의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규제 등을 완화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IT인력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 학과 규제를 완화에서 IT인력을 대거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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