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85)] 떠난 공석 땜빵에겐 짜증만 생겨 (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3.04.02 11:21 ㅣ 수정 : 2023.04.02 11:21

괄목상대(‘刮目相對)’란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으로 안 본 사이에 부쩍 재주가 늘었음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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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정보분석(IPB) 및 ‘통합메트릭스’를 활용한 전투지휘에 따른 전술훈련 중에 작전지시를 하는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군단 사령부 ‘교육훈련TF’에 소집된 요원들은 대부분이 육사 동기생들이었다. 

 

김영식(제40대 1군사령관), 권혁도 소령은 필자의 동기생으로 중령 진급 예정자로 소집되었고 또 한명인 정찬권 소령은 3사관학교 출신으로 육군대학에서 우수 교관으로 선발되었던 능력이 출중한 인접사단 교육보좌관이었다.

 

사관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넘어 다시 만난 동기생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급하게 소집된 군단 ‘교육훈련TF’로 전장정보분석(IPB) 및 ‘통합메트릭스’를 활용한 전투지휘에 따른 교육훈련 방안 및 과제 도출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그들에게 감탄했다.

 

그들의 그동안 경험을 통해 축적된 예리한 분석력과 군사학 지식에서 작전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신감에 차있었던 필자는 아직도 능력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특히 김척 군단장이 주간에는 기본 업무를 하고 밤이 되면 TF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그동안의 진행 사항을 체크하며 토론할 때에 논리적으로 대답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번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으로 안 본 사이에 부쩍 재주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 삼국시대에 오나라 손권의 부하였던 여몽(呂蒙)은 병졸에서 장군까지 발탁되었으나 무식했다. 그러자 손권은 그가 이론적인 병법까지 알기를 원해서 학문을 깨우치도록 충고했다. 이때부터 그는 전장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했다. 

 

얼마 후 여몽과 막역한 친구였고 뛰어난 학식을 가진 노숙이 여몽과 의논할 일이 있어 찾아갔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박식함에 깜짝 놀라면서 “이 사람 언제 그렇게 공부했나? 이제 오나라에 있을 때 여몽이 아닐세”라고 말하자 여몽 “선비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네”라고 대답한 것이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유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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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 ‘교육훈련TF’시에 만난 소중한 친구 [사진=김희철]

 

교육보좌관 공석 땜빵으로 짜증도 생겼지만 덕분에 훌륭한 친구를 만나...  

 

공석이 된 교육보좌관직을 후임자가 정식으로 보직되기 전까지 수행하라고 했지만 필자는 중령 진급예정자로서 대대장반 입소전까지 또 새로운 업무에 또다시 시달리게 되었다. 계속되는 업무로 짜증도 있었지만 괄목상대(刮目相對)할 동기도 다시 만나고 훌륭한 친구를 사귀는 계기도 되었다.

 

인접 사단의 교육보좌관 정찬권 소령은 충청북도에서 태어나 3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전후방 각지에서 초급장교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소령 진급하여 육군대학교 교관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전역후에도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정치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로 후학을 양성도 했으며, 현재는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소장으로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정부업무평가위원회 국정과제 평가전문위원,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 박사가 저술한 ‘국가위기관리론’은 위기관리의 바이블로 많은 안보전문가들이 인용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분야에 아성을 쌓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군단 ‘교육훈련TF’ 연구요원으로 소령때 첫 만남을 가진 뒤에 필자가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 시절에도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 정책자문위원으로 긴밀하게 협조했고 지금도 가끔씩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국가위기관리 발전을 위해 정담을 나누는 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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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 ‘교육훈련TF’ 임무수행후 받은 표창장 [사진=김희철]

 

‘교육훈련TF’파견은 필자의 능력 한계와 지식이 부족한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돼

 

군단 ‘교육훈련TF’ 임무를 완수하자 군단장은 수고했다며 표창장을 수여했고 복귀한 뒤에 사단장도 격려금까지 주며 노고를 치하했다. 공석이 된 교육보좌관직 땜방으로 인한 짜증이 환희와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보다 더 큰 성과는 필자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리한 분석력과 통찰력을 견지하며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간부의 자질을 갖추고 무섭게 성장한 동기에게 받은 충격은 필자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이제 중령 계급장을 달면 사단 예하의 대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군의 중견 간부의 위치에 오르는 필자는 군사학적 지식이나 인문학적 학식도 모두 부족하다는 것을 군단 ‘교육훈련TF’ 임무를 수행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러한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달이 바뀌고 그해 2월이 되자 육군대학에서의 대대장반 교육이 시작되었고 사단에서는 교육보좌관 대리 근무를 하던 필자에게 가장 먼저 입소하라는 통보를 하였다.

 

마침 사단 정보보좌관으로 근무하던 김종완 동기와 인근 부대의 이재준 동기도 함께 교육을 받게 되어 진해까지 주말마다 카풀제로 다니기로 결정했다. 소령으로 진급하여 육군대학에 다녔는데 7년만에 다시 남쪽 진해만에 내려가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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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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