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증권사와 대중 사이 낀 컴플라이언스 약일까, 독일까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4.17 07:28 ㅣ 수정 : 2023.04.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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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국내의 한 주식 관련 유튜버가 출간한 서적이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추천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해당 추천사의 앞에는 '챗GPT가 빙의한 듯' 작성했다는 문구가 붙었다. 즉, 챗GPT에게 해당 투자자들이 했을 법한 말들을 입력하고 역할 놀이를 시켰다는 뜻이다.

 

백 번 양보해서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의 말은 받아올 수 있다 쳐도, 벌써 사망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은 어떻게 받아왔단 말인가. 이 역시 챗GPT여야 할 수 있던 것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인터넷 등지를 돌면서 받은 반응은 '위트 있다'는 긍정적인 것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이가 없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한 누리꾼은 이를 공적 기관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챗GPT가 만들어진지도 얼마 안됐고, 이에 명백히 관여할 법적 조항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버핏의 추천사'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은 만약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단순히 농담 정도로 취급받고 넘어갈 수 있었냐는 것이다.

 

2020년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의 유튜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당시 증권사별로 제각각이던 내부통제 기준을 일원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당시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에 엄청난 속도로 진입하면서 유튜브를 통한 투자정보 수요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에 증권사들도 유튜브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소위 '공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제약이 들어간 것이다.

 

최근 증권사에서 유튜브 채널을 담당했던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같은 '컴플라이언스의 승인'은 좋은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감함이 제한돼 '하던 콘텐츠'만 하게 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일부 증권사는 예능형 콘텐츠 등 새로운 것들을 내놓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내놓는 콘텐츠들에는 어쩔 수 없이 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수없이 많은 경제나 증권 관련 유튜브 채널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왔다. 특히 일부 채널은 별도 상장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거대해지기도 했다.

 

상당수의 유튜브들은 증권사와 달리 과감히 예측하고 행동하고 발언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더 흥미를 끌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구독자들도 갈 수록 늘어갔다.

 

요즘처럼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는 양질의 정보를 재밌게 전달해주는 채널이 흥행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좋은 정보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전달해 하나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은 자기PR이 중요한 시대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또 정보의 수용자들이 흥미롭고 몰입감이 높은 채널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너무 많은 정보를 하나하나 골라보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정보가 넘치는 만큼 정보를 전달하려는 매개체가 되려는 사람들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너도나도 조언자가 되려고 하고, 예언자가 되려고 한다.

 

정보의 수용자인 우리가 할 일은 적어도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는 것이다.

 

어떤 정보를 받게 된다면, 투자에 앞서 숙고하고 여러 채널과 자체적인 검색을 통한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증권사들이 내놓은 정보는 다른 유튜버들보다 흥미가 덜 하더더라도 최소한 자체적인 필터링을 한 번 거친다는 점에 있어서 크로스체킹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만 할 것이다.

 

증권사가 내놓은 서적이 컴플라이언스를 거쳤다면 최소한 고인이 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추천사는 받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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