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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눈

물류단상(物流斷想): 화물운송시장 ‘30조원’의 허상과 화물정보플랫폼 시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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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10.13 00:30 ㅣ 수정 : 2023.10.13 00:30

[기사요약]
화물운송시장 ‘30조원’... 누구든 들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금액
심지어 최근 어디에서는 최대 ‘37조원’이라고까지 언급되는 시장이 바로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규모
대기업의 화물운송디지털플랫폼 진입의 진정한 가치, 운송물류시장의 근원적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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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seanbriefing]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10년이 훌쩍 지난 과거부터 SK에너지, CJ대한통운, 한진, 한솔로지스틱스 등 화물운송에 뿌리를 두고 있던 대기업들은 낙후된 화물운송 정보망시장에 대한 주도권 확보를 꿈꾸며 나름대로의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무장, 시장 진입을 시도해 왔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었다.

 

최근 비즈니스 경계가 사라진 융복합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올해 화물정보망시장 진출을 마쳤거나, 막 등판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진입에 실패를 거듭해 왔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진출한 SKT, KT에 뒤이어 통신사로는 마지막으로 LG유플러스가 화물정보망 시장에 등판 준비 중이고, 모빌리티 분야의 강자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10월 중순 등판 예고를 하는 등 현재 국내 B2B 화물운송정보망 시장은 대기업들의 격전장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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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각사 홈페이지]

 


• 정말 화물정보망 시장은 30조일까? 사실은 400억 시장..

 

현재 레거시 화물정보망시장의 규모는 과연 얼마일까? 빅3라고 불리는 화물맨, 24시, 원콜 등 업계 3위까지의 매출을 합산 후, 나머지 소규모 정보망사들을 추가로 고려해 볼 때 전체 규모는 400억원 정도가 아닐까 추정된다.

 

그럼 소위 ‘30조원’이라는 계산법과의 괴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30조원 화물시장의 대부분을, 많게는 80% 정도가 한진,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판토스 등 대형 물류업체가 운송사/차주와의 고정계약 형태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반면 화물정보망은 이런 고정계약 물량이 아닌 비정기적인 운송 수요를 처리하는 역할이며, 따라서 화물정보망을 통한 화물운송 규모는 최대 4조원 정도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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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각사 홈페이지]

 

그런데 이미 화물정보망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화물운송대금에 대한 수수료가 아닌, 차주회원의 정보망 사용 월정액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확하게는 화물정보망에 가입된 차주회원 수에 비례한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시장 규모는 그나마 4조원도 아닌 400억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시장 진입을 노리는 CJ대한통운, KT, 카카오 등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공짜 정보망이용료’라는 초기 플랫폼 진입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400억원 이마저의 수익모델 역시 미래에 보장이 가능할까?

 

과거 화물네비게이션 업계의 강자였던 ‘아틀란’이 T맵의 공짜 정책의 영향으로 회원에 대한 과금을 결국 무료로 전환했고, 현재도 ‘유료화’로의 복귀는 기약이 없는 상태인 점을 참고할만하다.

 


• 명분은 ‘디지털 플랫폼’ 전쟁, 실제는 기존 골목상권과의 제로썸 게임

 

KT롤랩의 ‘브로케리’, CJ대한통운의 ‘더운반’ 등 현재까지 대기업의 화물정보망 진출의 결과는 10년 전 한진의 ‘eTruck’이나 CJ대한통운의 ’헬로‘의 실패사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화물운송시장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혁신하겠다는 애초의 명분에 비해서 현장이 느낄만한 디지털 전환의 기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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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lomag]

 

물론 화물운송시장의 보수적인 여러 특성이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인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 대기업이 기존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미래의 비전이 무엇인가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사실 초기 진입전략으로 ‘공짜요금’과 ‘빠른 대금지급’이란 화두를 잡아낸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미 타 플랫폼 대기업들이 보여준 ‘미래의 요금인상’을 전제한 ‘공짜요금’ 미끼 사례에 대한 식상함, 그리고 어차피 아주 예외적인 조건하에서 선택적인 ‘빠른 지급’일 수밖에 없는 현 신용 구조의 한계를 간파하고 있는 화물운송시장 구성원들에게 이런 전술은 골목상권을 노리는 대기업의 횡보로 밖에 여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마치 모빌리티 대기업들이 기존 택시와 대리, 퀵 시장들을 혼탁하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 대기업들의 횡보에 화물정보플랫폼 시장의 밝은 미래는 있을까?

 

대기업들이 화물운송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을 언급하면서 흔히 등장하는 명분이 중간 주선사의 고마진과 체불과 같은 폐해들에 대한 지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화물운송주선업체, 소위 주선사의 매출에 대한 2021년 KOTI 통계에 따르면 5억원 미만이 46.1%, 10억원 미만이 67.9%에 달할 정도로 업체 대다수가 영세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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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수작업 중심의 배차 및 정산업무를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려는 과거 화주의 효율적인 운영전략에 주선사는 저비용 구조 기반의 실행으로 화답했던 것이 현실이며, 운송대금 체불 등의 이슈도 업스트림인 화주 레벨의 불합리한 결제조건이 근원인 경우도 상당하다.

 

대기업의 화물운송디지털플랫폼 진입의 진정한 가치는 화주로부터 비롯된 운송물류시장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하며,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한 해결접근이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반기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기존 시장 생태계 구성원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협업, 지원 등을 통해 해묵은 운송시장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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