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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9)

북한판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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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02.28 00:30 ㅣ 수정 : 2024.02.28 00:30

[기사요약]
북한, 갑자기 ‘지방발전 20X10 정책’ 들고나와..
내부자원 고갈된 북한경제, 외부 지원 없이 지방경제 회생시키는 것 불가능에 가까워..
‘지방발전 20X10 정책’, 주민들의 불만 고조로 북한판 트로이 목마 될 수도..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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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38north]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김정은이 갑자기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들고 나왔다. 평양과 지방 격차는 물론 지방의 낙후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양과 지방간의 격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김정은이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들고나온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 갑작스러운 ‘지방발전 20X10 정책’

 

북한에서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지방발전 20승(乘)10 정책’이라고 읽는다.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郡)에 현대화된 지방산업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표준 모델은 북한 강원도 김화군의 지방공장이다. 김화군은 북한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 중의 하나다. 군부대가 많기 때문에 지방산업이 들어서는 것도 어렵고 지역 특산물도 없다.

 

이런 지역에 북한 기준으론 현대화된 생필품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을 목도한 김정은이 표준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공장은 병에 음료수를 넣고 마개를 닫는 것을 자동화했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화군 따라 배우기에 여념 없다. 노동당에서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직접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각 지방에서는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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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ailynk]

 


• 외자 없으면 성공 가능성은 낮아..

 

북한이 지금이라도 지방경제 발전에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김화군의 지방공장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노동당에서 시멘트나 강재를 지원해서 겉모습이 그럴듯한 공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안에 내용물이 노동당이 지원한다고 해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화군은 접경지역이다 보니 외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에 원산갈마 유원지 개발을 목적으로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이 전개된 바 있다.

 

그 이전에는 금강산 관광을 통해 한국의 자금이 이 지역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 공정에 대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는 국제제재에 따라 중국 자본과 기술을 포함해 외자를 유치할 수 없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세워 김화군과 같은 자동화 공정을 만들어 보려고 하겠지만, 수많은 자재와 기술을 북한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이 이를 모르고 추진했다면 정말 ‘우물안 개구리’다. 벌써부터 각 지방은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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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군 지방공업공장 현지지도 중인 김정은 [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북한 내부의 전언에 따르면 국가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와중에 중앙과 지방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당에서는 수많은 지시사항을 지방에 내려보냈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려워도 당의 지시를 따르는 척이라도 했는데, 최근에는 아예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심각하게 여긴 북한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 북한판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그러나 단지 지방경제의 낙후성으로 인해 당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지방경제는 중앙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됐다. 이미 1970년대 이후 지방경제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해 왔다. 중앙이 공급능력을 상실함에 따라 지방은 스스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앙과는 무관하게 지방경제는 돌아가고 있다. 중앙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계획경제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허용(북한 헌법상에 북한경제의 운영방식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명시)하고, 그 시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방경제는 이미 시장화된 상태에서 중앙과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당의 지시도 안 먹히고, 지방경제의 재원을 활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경제가 잘 돌아가서 민생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그나마 평양은 먹고 살만하지만 지방은 최저 수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중앙에서 요구하는 것은 많으니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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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knews]

 

‘지방발전 20X10’이 실패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북한판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의 지원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지방에 대한 요구는 훨씬 커질 것이며, 이는 지방 주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킬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이 다시 일어서는데 미국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비록 일본은 패전했지만, 소련의 남하를 억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일본을 선택한 미국은 일본경제의 재건을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유럽지역에서 소련의 동진을 막는 전초기지로 독일을 선택하고 독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마샬플랜을 실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경제가 일어서는 데 미국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북한이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폐허가 되었지만, 북한경제가 재건될 수 있는 절대적 지원은 없었다.

 

그나마 2010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이 증가하고, 이것이 시장과 연계되면서 2017년까지 북한경제는 활력을 찾는 듯했지만, 강화된 경제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인해 그 불씨조차 꺼진 상태다.

 

한국에 대해서는 국가관계를 선언하며 절대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며, 중국도 미국과 대결하면서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부분적이고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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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etsupport]

 

김정은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지방발전 20X10’을 고집할 경우 지방의 이탈현상은 심화될 것이며 오히려 북한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면서 북한판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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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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