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주총 시즌 개막…불황 속 ‘내실 다지기·주주가치 제고’ 몰두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유통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정관 변경이 주요 안건이었다면, 올해는 이사회 재편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무게를 뒀다. 이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깜깜이 배당 개선에도 나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유통업계가 정기 주총에 돌입한다. 26일 롯데쇼핑·현대백화점, 28일 이마트 등이다. 주요 유통업계는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다. 이사회 재정비를 통해 경영 안정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들 모두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변경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업'을, 신세계는 '부가통신사업'과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그러나 고물가로 인한 소비위축, 경기침체 등으로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는 신사업 확장에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이사회 재편에 시동을 거는 건 신세계다. 신세계는 박주형 신세계 부사장과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 등 2명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사외이사에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마트 역시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한편 지난 8일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 오르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사장, 장호주 롯데그룹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또한 심수옥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조상철 법무법인 삼양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한재연 BnH세무법인 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할 계획이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와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은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올랐다. 이와 함께 윤석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권영옥 숙명여대 경영학부장,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를 재선임하는 내용도 안건에 포함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동참하기 위해 배당정책 개선에 나선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주요 유통업계는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다음 해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신세계·롯데쇼핑·현대백화점 모두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하는 정관 개정 안건을 상정하기로 한 것.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 변경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내년 3월 주총에서 배당금 규모를 확정한 뒤, 4월경 결정되는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규모를 확인하고 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 배당 예측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에서 깜깜이 배당 정책이 개선될 경우,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장기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소비위축, 경기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신사업 발굴보다는 경영 안정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주총에서는 무엇보다 깜깜이 배당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