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미국 '칩스법'과 같은 반도체 보조금 대신 '세제·금융지원' 시사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내 1인당 GDP 4만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미국 등과 같이 반도체 제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세제·금융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는 4일(현지시간) 오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진행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재정지출과 세제지원은 역할이 다르다"며 "민간이 못하는 부분에는 보조금을 줘야 하지만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이라며 "민간이 못하는 이러한 부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고, 기업이 잘하는 부문은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통해 미국 내에 첨단 반도체 공장·연구 시설을 짓는 기업에 그 비용의 5~15%를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적극적 전략을 펴고 있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배제한 가운데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정부 재정을 동원해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대미 투자 촉진 정책)를 추진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를 기록하는 등 예상을 웃돈 데 대해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이르지만, 수출과 국내 생산 등이 좋아지는 자체가 지표상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감경기가 나쁜데, 정부가 낙관적 전망에 취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제도 심리적인 측면이 있는데, 경제부처 공무원은 가능한 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과 너무 낙관적이지 않으냐는 시각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주체 심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표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경제지표만 놓고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2%)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들은 다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고, 수준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달 경제전망을 새로 발표하면서, 기존 전망치(2.1%)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보다 0.4%포인트(p) 높은 2.6%로 올려잡았다.
최 부총리는 "우리 정부 내에서 1인당 GDP 4만불은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성장률과 환율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국민이 느끼기에 4만불이 넘는 선진국에 가까이 갔다는 것을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1인당 실질 GDP가 2024∼2027년 동안 연간 2%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S&P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24년 3만5000달러에서 2025년 3만7700달러, 2026년 4만500달러, 2027년 4만3500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는 야당에서 제안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 여건이나 재정 지속가능성을 볼 때 전 국민한테 현금을 준다거나 추경보다는, 좀 더 특정해서 사회적 약자나 민생 어려움을 타깃 해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