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14 00:23 ㅣ 수정 : 2025.01.14 08:44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1억5000만원 넘어섰던 비트코인, 지난 8일 이후 연일 약세 보이며 1억3000만원대까지 하락, 다른 알트코인들은 낙폭 더 커져 트럼프 약효가 떨어진게 아니냐는 우려 불러일으켜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1억5000만원을 훌쩍 넘었던 비트코인이 1억5000만원과 1억4000만원 벽이 잇달아 깨지면서 투자자들을 당황케하고 있다. 친 가상화폐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앞인데, 비트코인 가격이 거꾸로 움직이자 트럼프 약발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비트코인의 하락세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공포는 가상자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며,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다크웹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65억 달러(약 9조542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추가적인 시장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23년 독일 정부가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압류한 약 4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각하면서 시장에 패닉셀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매도설은 투자자들에게 큰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털 대표는 "최근 하락세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투자 자산으로서의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 자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며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의 비트코인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비트코인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친 가상자산 정책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비트코인에 일시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자산 축적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입지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며, 시장의 과도한 반응은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CEO는 "비트코인의 가격 조정은 자연스러운 시장 재정비 과정"이라며 "올해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비트코인 반감기의 영향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정부의 매도설을 너무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임스 반 스트라튼 코인데스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법무부가 비트코인을 질서 있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이를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장은 지난해 9월 이후 비트코인 100만 개 이상의 물량을 흡수하며 안정적인 수요를 보여왔다.
콜옵션 매수 증가 역시 상승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옵션 거래소 데리비트에서는 최근 행사가 12만 달러 콜옵션이 집중적으로 매수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10X 리서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기대감이 이번 비트코인 랠리를 주도했지만,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신호가 없다면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트코인이 심리적 지지선인 9만 달러를 하회할 경우,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비트코인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정부 매도설이 단기적인 하락세를 유발했지만, 상승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20일 이후에 나올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