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영풍그룹이 석포제련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풍그룹 지주사 (주)영풍에 속한 석포제련소는 최근 2년 동안 정부 당국으로부터 무려 20건이 넘는 환경·안전 관련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등 공장 인근 지역 '핵심 오염원'이라는 불명예와 안전 불감증에 따른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까지 겹쳐 공장 가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주)영풍은 기업가치가 최근 1년 새 38% 하락해 영풍 오너인 장형진 고문을 향해 책임경영 부재와 경영 태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풍그룹 오너가(家)인 장씨 일가 가운데 한 명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은 1993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2015년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영풍그룹 계열사 다수는 장 고문을 포함한 장씨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풍은 현재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장 고문을 포함한 대주주인 장 씨 일가는 중대재해 처벌 가능성 때문에 기업 대표이사가 아닌 고문 등으로 이름을 올려 문제해결을 위한 경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주)영풍 대표는 박영민 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 소장이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정상 운영하려면 회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풍, 재원 충분하지만 환경보호와 근로자 안전 '뒷전'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주)영풍이 쌓아둔 현금성 자산은 678억원에 이른다. 일정 수준의 자금을 축적해 환경과 직원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주)영풍 계열사 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비철금속물 생산을 시작해 수십년 동안 영풍그룹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이다. 이에 따라 석포제련소는 (주)영풍 연간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영풍은 지난 수년간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물론 직원 안전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2년 이후 2년여 만에 무려 20여건이 넘는 환경 및 안전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과 조치 입장을 밝힌 기관은 △대구지방환경청 △경북도청 △봉화군청 등이다. 안전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 및 조치 입장을 밝힌 기관은 고용노동부다.
국민과 근로자의 환경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기관이 수십 차례 경고를 했지만 영풍과 오너 일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석포제련소는 안동댐과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어 이에 따른 수질 오염으로 대구경북 도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영풍은 환경오염 문제로 지난 2022년 2월 이후 총 13차례에 걸친 제재를 받았다.
영풍은 또한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연이은 사망 사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부분 작업중지 명령과 시정지시 명령 등 제재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까지 석 달 새 이어진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중대재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사망 사고가 발생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석포제련소는 1997년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로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01년 카드뮴 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에도 냉각탑 청소 중 1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 사고가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말 급성 비소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노동자 한 명이 냉각탑 작업 중 석고 물질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나 연이은 사망 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영풍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타격을 입었다.
석포제련소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80% 가량에서 올해 1분기 65% 수준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운영 더욱 악화될 듯...기업가치 1년 만에 38.5%↓
문제는 석포제련소 운영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28일에는 경상북도가 내린 2개월 조업정지 처분 확정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고등법원(제1행정부)은 영풍이 지난 2022년 6월 경상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조업정지처분 취소 항소심에 대해 오는 28일 오전 판결 선고를 할 예정이다. 항소심에서 경상북도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석포제련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법원은 이미 1심에서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업계는 2심에서도 이런 결과가 뒤집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구지법은 지난 1심에서 영풍 소송을 기각하며 "이미 120일 처분에서 감경됐고 물환경관리법 입법목적에 비춰봐도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구고용노동청이 지난달 초 마무리한 석포제련소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 결과도 중대 변수로 남아 있다.
감독 결과 석포제련소가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제련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석포제련소는 그동안 경상북도 봉화군과 인근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일정 부분 긍정적 기능을 했지만 이제는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잇따른 사망 사고와 환경오염으로 석포제련소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인근 지역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과거 석포제련소가 지역 발전에 기여한 점은 사실이지만 공장이 노후화하면서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자산을 쌓아놓기만 하고 현금성 자산은 경영권 분쟁에 쏟아붓고 있는데 일단 본업을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석포제련소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실적도 좋지 않아 영풍 기업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풍은 지난해 △1분기 매출 4133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 매출 4312억원, 영업손실 616억원 △3분기 매출 3504억원, 영업손실 12억원 △4분기 매출 3518억원, 영업손실 827억원 △올해 1분기 매출 2919억원, 영업손실 102억원으로 1년 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영풍의 시가총액은 6272억원이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26일 1조186억원에서 38.5%나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