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K-Sapience : 한국인의 내사랑 아파트(2)] 늙어가는 한국, 아파트 공화국은 사라지나
■ 방송 : 유튜브 '텔 더 스토리' 2024년 12월 23일 방송본
■ 대담 : 뉴스투데이 민병두 회장
<2편>
◇ 강남시대
아파트 역사를 놓고 보면 초창기에는 복도식 아파트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점차 계단식 아파트가 되고, 지명도 주택공사 총재가 일본에 가서 보니까 (아파트 단지 지명이) ‘하이츠’, ‘맨션’ 그런 거예요. 그래서 아파트 이름이 하이츠나 맨션으로 바뀌면서 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고요. 단지화 있잖아요. 단지 내에 모든 걸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것이 강남 아파트들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에요.
강북에서는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도 재개발을 통해서 지어야 했기 때문에 단지화가 쉽지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강남은 빈 땅이었기 때문에 단지화가 쉬웠어요. 단지화를 해서 얻는 이점이 뭐냐 하면 기부채납을 해서 공원도 만들고 체육시설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단지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 거죠. 쇼핑 시설까지. 그러다 보니까 뭐냐 하면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기부채납을 해서 캐슬을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에 단지 안과 단지 밖 간에 소외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러면서 특권화 의식이 생기게 되는 이런 우리나라의 독특한 아파트 문화가 형성됐고, 그 중심이 이제 강남이다.
2001년도에 어떤 광고가 뜨냐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이제 아파트 이름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죠. ‘아크로비스타’ 그런 것들이 나타나는 것이고, 2022년도에는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언제나 남달라 보이고 싶은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 아파트’ 이런 것이죠.
◇ 인구 감소와 남은 아파트
정말 아파트가 많은 것을 바꿨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주거 문화, 생활 문화를 다 바꿨다고 할 수 있어요. 부엌 구조를 우선 바꿨잖아요. 옛날에 부엌 구조에서는 여성이 굉장히 종속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어요. 자세도 불편하잖아요. 1960년대 싱크대가 처음 도입됐을 때 사보 같은 거에 아파트 문화 이런 거 소개됐을 때 나온 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설거지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런 것들이 이제 하나하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좀도둑도 많이 없어졌어요. 그 당시 여자들이 집을 비울 수가 없었거든요. 좀도둑이 하도 많아서. 아파트가 바꾼 것은 개개인의 생활 문화도 많이 바꿨고, 계급 구조를 반영한 문화 같은 것도 형성되는 또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단지화. 단지 안과 밖을 구분하는 문화. 그래서 심지어 임대 아파트 산다. 빌라 산다. 몇 동에 산다. 큰 평수에 산다. 이런 것들을 구분하는 문화들이 생긴 것이죠. 그러면서 이제 아파트 문화의 대세가 됐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는 주택의 지배종이 된 것이죠. 아마 싱가포르, 홍콩 같은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서는 아파트가 이처럼 주택의 지배종이 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이런 나라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아파트는 한국에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데 이것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굉장히 유효했던 건 사실이죠. 근데 지금 출산율이 0.7까지 떨어지면서 유례없는 인구 소멸 국가, 어떤 위기 상황이 되었죠. UN에서 2003년도에 만약 질병이나 전쟁이 아닌 이유로 국가가 소멸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었잖아요. 그 정도로 출산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죠.
출산율의 저하라고 하는 건 다른 문제를 동반합니다. 수도권만 계속해서 유지가 되고 나머지 지방은 소멸로 가는 것이죠. 부산 같은 대도시 내에서도 구 중에 일부는 이미 소멸 위험 지역으로 들어서고 있어요. 미래 인구는 거의 없고, 은퇴 인구가 25%, 30%를 차지하는 그런 지역들을 말하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될 거냐 이 아파트는. 분양도 안 된 아파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전에는 아파트가 5층이었단 말이에요, 12층이었단 말이에요. 이걸 재건축을 해서 25층을 짓고 30층을 짓고 심지어 50층을 지어. 그러면 재건축을 해도 사람들이 부담이 없었어요. 왜? 지금 1+1 주는 아파트 있잖아요. 옛날에 아파트 5층이었는데 지금 50층을 지으면서 원래 주인한테 1+1을 주잖아요. 그런 강남 아파트는 거의 정말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정도로 그게 가능했는데 지금 이미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개 다 25층이 넘는단 말이에요. 그럼 이걸 재건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근데 이 사람들은 다 누구야? 다 고령화됐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생긴 문제가 뭐냐면, 아파트 관리비를 내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고령 인구가 아파트의 다수를 차지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빠져나가 아파트는 팔리지 않아 아파트가 슬럼화 돼. 그러니까 북한에서 있었던 현상 같은 게 생기는 거예요. 아침 저녁으로 엘리베이터 가동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죠. 관리비가 많이 나오니까.
지금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약간 넘는데, 금세기 말에 2,300만 정도로 떨어집니다. 인구는 경제성이 굉장히 강해요. 이게 다른 요인에 의해서 인구가 변화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전쟁과 이민 아니면 지금 우리가 2,100년도까지의 인구를 갖다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거든요. 그러면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보면 약 2,300만,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보면 약 1,800만 이 정도까지 줄어든단 말이죠. 이런 사회가 되는 거죠. 미래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것이 굉장히 버거운.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결혼도 기피하고 출산도 기피하고 이민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죠. 거기서 대표적으로 그러면 이 아파트에서 내가 빠져나가지 못할 때 이 슬럼화 되는 아파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아파트를 계속 짓고 있지만, 일본에서 30년 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거든요. ‘아직도 아파트에 사십니까?’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거 아닙니까? 인구의 감소라든지 고령화. 결국 나중에는 이 아파트 대신에 자기 땅을 확실히 갖고 있는 단독주택 부지가 더 인기를 끌 것이라는 거예요.
어느 시점에서는 아파트의 슬럼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아파트를 빠져나가느냐’ 이 생각을 하게 되면 점차 똘똘한 한 채로 가게 되고, 강남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지방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강남으로. 여기는 재건축을 할 때가 되면 재건축을 자비로라도 들여서 할 수가 있는 재력이 탄탄한 계층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인구의 급감으로 인한 집값 절벽에 부담이 없는데, 다른 곳에서는 빠져나가기도 애매하고, 우리 사회에 어떻게 하면 도시를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아파트라고 하는 경로를 밟으면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그러한 형태의 국가가 됐단 말이에요. 옛날 풍경은 다 사라졌죠. 골목길이나 이런 거. 지금 태어난 애들은 오히려 이것이 편안해요. 이것이 도시인 줄 알아. 이것이 삶의 터전인 줄 알아. 근데 어느 시점 되면 이것이 또다시 재구조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인의 모습
오늘 뉴스투데이에서 시작하는 한국인 시리즈 K-Sapience 첫 번째 영상으로 아파트를 다뤄봤습니다.
아파트는 우리 주거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왜 한국 사람들이 아파트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나중에 다룰 예정이지만,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라고 하는 것이 있잖아요.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고속도로가 잘 깔린 곳이 한국 아닙니까? 근데 그것이 잘 깔리게 된 배경 중 하나도 한국인의 주거 비율이 65%가 아파트에 산다는 것, 이것도 영향이 미친 것이거든요. 그만큼 한국인의 생활 문화, 주거 문화의 핵심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살펴봤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인은 왜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가’, ‘한국인은 왜 서열 의식에 강한가’, ‘한국인의 밥 문화’ 등을 통해서 뉴스튜데이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도 있게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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