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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심 공판' 출석...'경제발전 발목 잡는 사법 리스크 끝내야'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9.30 18:02
ㅣ 수정 : 2024.09.30 18:02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바 분식회계 의혹' 2심 항소심 첫 공판 열려
이 회장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나 '뉴삼성'의 본격적인 막 오를 가능성
반도체 수요 회복하고 첨단산업 투자 절실한 시점에 삼성 경영 보폭 넓혀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검찰 항소로 7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기일은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 출석의무가 있어 이 회장이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에 출석한 이 회장은 항소심 재판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유지한 채 자리를 떠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적법성 논란는 4년여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26일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기로 했다.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등 여러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2020년까지 60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합병 배경이었다.
이를 위해 당시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산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 회장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부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최종적으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지난 2월 5일 1심 재판부는 검찰의 19개 공소사실 모두 범죄를 증명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검찰은 1600여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분석해 1300여쪽의 항소이유서와 함께 2144개 추가 증거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로 검찰이 제출한 서버와 휴대전화 등 3000여개 자료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새롭게 제출한 자료의 증거 효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이 수집한 증거의 ‘위법성’에 대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자료 증거 능력 상실이 1심 무죄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우세한 만큼 검찰이 제출한 새 자료의 증거 효력 여부가 2심의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1심 재판은 최종 선고까지 3년 5개월가량 소요됐지만 항소심은 이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지난 7월 두 번째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2025년 1월 말 선고를 목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내년 초 예정된 법관 인사 전에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건 배당 중지 기간을 10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하고 집중적으로 심리해왔다.
다만 항소심 판단에 따라 양측이 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삼성 안팎으로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 경영활동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 ‘뉴삼성’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뉴삼성으로 나아가려면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은 2017년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전문 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한 후 M&A가 7년여간 없는 상태다. 대형 M&A는 최고 경영진의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그러나 삼성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도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이번 재판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삼성이 그동안 사법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우리 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특히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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