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⑩] 기후위기 맞아 산업계 친환경·지속적 성장 '두 토끼' 잡는 정부 정책 시급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10.11 05:00 ㅣ 수정 : 2024.10.15 08:48
10일 서울 한국거래소 '2024 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 열려 '기후 위기 속 온실가스 배출과 기업의 역할' 중점 논의 임이자 의원 "한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모범국 되도록 노력해야" 기존 산업 구조 유지하며 수소 등 신산업 육성할 때 규제 완화해야 한국 정부, 탈탄소 로드맵 없어...2030년까지 기후 대응방안 마련해야 유럽 NZIA· 미국 IRA 등 기업과 정부가 공동대응하는 법적 장치 절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를 맞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적 추세가 된 친환경 정책을 본격화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적극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와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2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정부와 기업이 함께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와 관련해 뉴스투데이는 1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4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기후 위기 속 온실가스 배출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민병두 뉴스투데이 회장은 "자본주의 혈맥인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G)를 갖춰야 환경(E)과 사회적 가치(S)를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는 것을 법제화 했다"며 "앞으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전 세계를 이끌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경제를 이끄는 위치에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는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윤영창 PWC컨설팅 전무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등 전문가 4명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어 정삼영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와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활동가, 윤영창 전무가 패널로 토론에 참여했다.
■ 기존 산업 구조 유지하며 탄소배출 줄이는 다양한 해법 제시
이날 전문가들은 산업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존 화력 발전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먼저 조영준 원장은 재생에너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기후테크 등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로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규제의 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기후테크 기업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원장은 구체적으로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 △자원순환 인허가 규제 등을 언급했다.
그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산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수소환원제철(철강)과 수소·전기차(수송), 순환경제·바이오연료(석유화학) 등 기술혁신을 통해 기존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를 대체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교수도 기존 화력 발전 산업을 수소 등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주장에 대해 일부 동의했다.
김교수는 다만 산업을 전환할 때 발생하는 위험 요인에 주목했다. 그는 산업 공정과 소재 부품 등을 전부 바꿔야 하며 그 과정을 적절하게 대응할 때 친환경 신사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펼친다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창 전무는 국내외 주요 기업의 사업 전략 관점에서 탄소중립을 조명했다. 윤 전무는 "최근 기업이 저탄소 및 순환자원 중심 친환경제품 전략을 미래 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정했다"며 "이에 따라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에도 친환경 제조를 적극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산업계는 △친환경 원료 사용것 △재활용 및 자원순환을 강화것 △에너지 효율 향상것 △환경 영향 최소화 등 4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친환경제품을 만들고 있다.
윤 전무는 "탄소발생을 관리하기 위해 제품과 공정 단위에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영환 교수는 전력 사용 체계와 설비를 추가 건설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송전망을 추가 건설하는 등 제반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송전망 밀도가 수도권에 45% 몰려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수도권에 송전망을 만들되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수요 분산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기후위기는 산업계만? 정부 차원 '공동 대응' 나서야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는 정부 정책의 유연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018년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권이 가장 비싼 나라는 한국이었으나 지금은 한국이 제일 저렴하다"며 "한국이 2021년부터 탄소 관련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용진 교수는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평당가격이 7400원이지만 유럽은 8만8000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유럽은 국가 별 탄소를 줄이기 위해 장기 로드맵을 마련했지만 한국은 당장 2030년까지 로드맵 자체가 없다"며 "기후 대응도 최소 5년에 걸쳐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기후 위기를 환경주의적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 시그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활동가는 “환경주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높은 규범의 규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기본적인 탄소중립 정책 예산에 맞춰 감축해야할 탄소 감축 목표량을 연도별로 정해 기업에 분명한 ‘정책 시그널’을 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이러한 정책 목표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감축해나가는 노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영창 전무는 국가와 기업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정해 이를 토대로 국가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은 기후 위기를 '비즈니스 리스크' 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과 국가가 연계해 공동대응 전선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탄소중립산업법(NZIA)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IRA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늘려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윤 전무도 "한국에 국가와 기업간 '공동 대응' 시스템이 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두드러지는 시점을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 사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무는 "수출 및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가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