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적자 눈덩이’ 알뜰폰 출혈 경쟁…‘개인정보 수집·시장 교란’ 과제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은행권이 비금융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통신업, 배달앱 등 다양하게 손을 뻗고 있고, 그 중에서도 알뜰폰 사업은 은행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뜰폰 사업은 ‘만년 적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그럼에도 수익 구조를 넓혀야하는 은행은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적자 뿐 아니라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문제, 기존 중소 알뜰폰 업체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가장 먼저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국민은행은 KB리브모바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KB리브모바일을 은행의 부수사업으로 인정했고, 우리은행도 올해 안에 알뜰폰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제휴를 통한 간접적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이 각각 알뜰폰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사업 수익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매년 국감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영업 손실이 축적되고 시장 점유율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내부 조직 확대와 개인정보 수집용으로 알뜰폰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5년 간 605억원의 손실을 봤다. 적자에도 알뜰폰 고객유치에 나섰지만 시장점유율은 5% 수준에 그쳤다.
KB리브모바일의 영업 손실액은 2019년 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13억원이다. 은행 측은 알뜰폰 사업 주요 투자 비용으로 통신시스템 구축비 189억원, 고객센터 인건비 202억원, 내부 인건비 186억원 등 577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인건비 388억원이 시스템 구축비보다 2배 더 많다.
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금융·통신을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 소비자 편익 증대, 가계통신비 절감 목적으로 올해 금융위로부터 정식 사업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KB리브모바일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 2021년 3.7%, 2022년 5.3%, 2023년 4.8%로 5%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022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회원가입 과정에서 개인들의 인터넷 접속 정보 6억6000만 건을 과도하게 수집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태료 120만원과 개선권고 처분을 받았다.
한민수 의원은 “은행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본래 사업 목적보다 내부조직 확대와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적자가 장기화되는 상황에도, 은행권은 가입자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어 여전히 기회가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입자가 신규 계좌를 만들기만 하면 통신요금 납부와 같은 금융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하는 건 비금융 시장에 진출해 이자 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금융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을 위한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 할인해주는 등 알뜰폰 서비스를 자행 금융상품과 접목하면 고객을 붙잡아두는 락인 효과가 있고, 상생금융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서 순항하려면, 영세한 통신 업계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통신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기업이 각종 브랜드와의 제휴 혜택 등 강점을 내세우며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 고객을 끌어모으는 등 알뜰폰 시장까지 차지하기 위한 도구로 자회사를 앞세우다보니 기존 영세업자들은 더더욱 설 곳이 없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도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금융 산업 발전이나 알뜰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은행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설정해 알뜰폰 시장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끼워팔기’를 활용한 공정거래법상 약탈적 가격 설정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알뜰폰 시장에 도움이 안 되는 반경쟁적 시도이며 금융혁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