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호실적에도 배당 양극화 심화...'해약환급금준비금'에 불확실성↑
신계약 증가에 CSM 늘었으나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여력 축소
증권가 "한화생명, 올해 제도 개편 없이 자력 배당 어려울 것" 전망도
삼성화재‧DB손보 배당여력 여유…여력 낮은 보험사 대비 주가 상승폭 커
"IFRS17‧K-ICS 도입 이후 제도적 불확실성 커져…배당가능이익 확보 노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불확실성에 곤욕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보험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하면서 배당여력이 있는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보험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3분기 연결기준 55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9.4% 증가한 규모다. 누적 순이익은 1조868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3.7% 늘었다.
DB손해보험은 3분기 누계 기준 1조5780억원, 분기 기준 361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7%, 24.9% 성장한 수치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별도 기준 495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에 비해 3.1% 성장했다. 누적 순이익은 1조4928억원으로 15.2% 증가했다.
이들 보험사는 충분한 배당여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환원의 꾸준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배당 불확실성이 큰 보험사도 있다. 한화생명은 3분기 연결기준 597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67.23% 늘어난 수치다. 다만 누적 순이익은 727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3.94% 축소됐다.
현대해상은 3분기 별도 기준 기준으로는 213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했으나, 누계로는 1조46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33.1% 성장했다.
한화손해보험은 3분기 별도 기준 91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에 비해 77.4% 늘었다.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6.3% 늘어난 345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동양생명은 3분기 별도 기준 90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424.1%나 확대됐다. 3분기 누적 순익은 2657억원으로 22.2%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배당가능이익 확대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당여력이 충분한 대형사는 여유로운 반면 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들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이에 주가 역시 희비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배당여력이 충분한 삼성화재의 주가는 이달 14일 종가 기준 33만8000원으로 올해 1월 19일 연간 최저가였던 23만1000원에서 46.3% 상승했다. DB손해보험도 7만5400원에서 10만6400원으로 41.1% 올랐다.
반면 한화생명은 올해 1월 18일 2420원에서 이달 14일 2615원으로 8.1% 오르는데 그쳤다. 한화손해보험은 1월 22일 3800원에서 이달 14일 4500원으로 18.4% 올랐다. 상승폭이 삼성화재‧DB손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해상의 경우 주가가 올해 2월 5일 연간 최고가인 3만6800원에서 이달 14일 종가 기준 2만8650원으로 22.1% 낮아졌다.
이들 보험사의 이익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신계약 확대에 따른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심화되면서 배당가능이익이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등 IFRS17 가정 규제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11일 보고서에서 "보험사의 주가가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규제 당국의 가정 변화에 따른 회계적 변동성 확대,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인한 배당 불확실성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전통적 배당주인 보험주는 회계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배당에 대한 기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할인율 규제로 인한 자본 감소와 신계약 유입에 따른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여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면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등 회계적 변동성을 감내할 만한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한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 간의배당 양극화, 주가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화재는 점진적으로 주주환원을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전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주당 배당금이 확정되면 시장에 공시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 전체 주주환원율 50%를 지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주당배당금은 1만6000원, 주주환원율은 37.4%였다.
반면 배당여력이 부족한 현대해상, 한화생명, 한화손보 등의 경우 자본정책을 발표하거나 배당확대를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전일 보고서를 통해 "해약환급금준비금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측면의 이슈에 현실적으로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어렵다"면서 동양생명의 목표주가를 기존 7000원에서 6400원으로 하향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올해 배당 지급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전일 보고서에서 "3분기 부동산 매각이익이 있었으나 상업용 부동산 손실 인식 및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 등으로 인해 현재 배당가능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배당가능이익 산출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력 배당 지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K-ICS 및 해약환급금준비금 등 배당 제약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주주환원에 대한 우려 요인이 먼저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국이 IFRS17 도입 이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나서면서 배당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들은 투자자에게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그에 맞춰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 DB손보, 삼성생명 등 배당여력이 있는 보험사도 중장기 자본정책을 발표했으나 구체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외 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는 배당 관련 정책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SM을 확보와 K-ICS 개선을 위해 신계약 경쟁에 나서면서 신계약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역시 증가하면서 부담이 커졌다"면서 "제도적 영향에 배당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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