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품을까…완주 여부는 '미지수'
예금보험공사, MG손보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에 메리츠화재 선정
메리츠화재, 3분기 CSM 규모 소폭 축소…MG손보 인수 시 확대 효과
MG손보 부실규모 관건…김용범 부회장 "주주 이익 부합할 경우 완주"
P&A 방식 가능성 커…"실사와 협상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메리츠화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 인수가 업권 내 순위 '도약'의 기회가 될지, 건전성 악화라는 '독약'이 될지 인수 효과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이달 9일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예보는 이번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요청액, 계약 이행능력 등에 대해 심사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예보는 수의계약 절차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공사 내부통제실의 검토,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MG손보는 2022년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지급여력비율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해 2분기말 기준 경과조치 전 36.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 물론 보험업법상 규제비율은 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과조치 후 비율도 44.4%에 불과하다.
예보는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약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2023년 2월과 8월 진행된 공개매각은 단수의 응찰자가 입찰해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무산됐다. 국가계약법상 복수의 응찰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이뤄진 제3차 매각에서는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예비입찰에 나섰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이후 이뤄진 3차 매각 재공고에서는 이들 두 회사에 더해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며 응찰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예보는 수의계약으로 매각 방식을 전환해 4차 매각을 진행했고, 그 결과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 방식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P&A 방식은 인수자가 부실금융기관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인수합병(M&A) 방식과 달리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한다. 정상적인 자산과 예금을 인수하고, 부실채권 등은 따로 떼어내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MG손보의 매각가를 2000~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속적인 순익 규모 확대로 MG손보 매각가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1조4928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5.0% 성장한 규모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의 순익 확대는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의 성과로 해석된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14%가량 증가한 1조404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장기보험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한다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자리 잡은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말 기준 CSM 잔액은 10조6417억원으로 상반기말 10조6650억원에 비해 233억원(0.22%) 감소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업권 상위사들이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CSM 잔액과 MG손보의 CSM 규모 6774억원, 위험조정 금액 2037억원을 비교할 때 MG손보 인수를 통해 메리츠화재가 얻을 수 있는 CSM 증가분은 6774억원 가량이다. 이를 합치면 11조3191억원으로, 약 6.37%의 CSM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CSM 규모가 크면 그만큼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거나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유리해진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MG손보 인수에 대해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완주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완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실사 과정에서 MG손보의 부실 규모가 어떻게 평가되느냐가 관건이다. 예보는 MG손보의 조속한 매각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수자금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이다. 자금 지원을 감안해 부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다면 인수를 완주할 수 있겠으나, 투입하는 자금이 크다면 중단할 수 있는 것이다.
MG손보의 K-ICS 비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8000억~1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보의 지원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메리츠화재가 투입할 비용은 이보다 줄어들게 된다.
MG손보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MG손보 노조는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만큼 실사와 협상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