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인 북한의 대외의존도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북한경제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자력갱생(自力更生)이다. 모든 경제활동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외부경제에 의존하면 독자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1960년대 이후 지속된 원칙이었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먹거리 해결을 위해 곡식과 가축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편재됐다. 중공업 우선 정책에 따라 기계 설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고, 경공업 분야에서는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196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계획경제 상 생산목표치를 당시 1500만명의 인구에 맞췄다.
• 북한 시장과 대외의존도는 정(正)의 상관관계
그런데 북한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베이비 붐이 있었다.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이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면서 북한은 모든 부문에서 물자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인해 북한은 생산목표치를 올리기 위한 작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쌀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가축을 먹이기 위해 심은 옥수수와 같은 사료작물을 먹기 시작했고, 협동농장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졌다. 연쇄적으로 공업부문도 절대 부족에 직면했다.
사회주의국가와 일년 단위 청산결제 방식으로 무역을 해서 기름이나 식량 등 생산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물자를 거래해 왔는데 1990년대 사회주의국가들의 연이은 체제전환으로 그나마 어렵게 됐다.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는 식량난을 포함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이유다.
이때부터 북한에는 시장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시장은 존재했으나, 본격적으로 시장이 나타난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다.
처음에는 물물교환 방식이었으나, 2000년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및 중국의 지원으로 시장화는 가속화됐고, 자력갱생 기조는 바뀌기 시작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외무역을 확대함에 따라 북한의 시장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경제제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7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거의 80억달러에 육박했다. 계획 경제하에서 연간 30억달러 전후였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10억달러 전후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이와 함께 시장은 확대되며 북한의 경제는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즉 시장의 확대와 대외의존도의 증가는 정의 관계를 보인 것이다.
• 다시 자력갱생으로..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다.
설상가상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사태로 북한 스스로 국경을 닫으면서 이후 3년간 북한의 대외무역은 거의 중단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의존도가 0%가 된 것이다.
2023년 국경을 열어서 중국과의 무역 재개를 모색했지만, 미-중 충돌에 대한 부담감과 중국경제의 성장 등이 맞물리며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확대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을 이용하여 러시아와의 거래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평소 무역규모가 1억달러 미만이었던 러시아와의 무역거래를 확대하는 데 물리적으로 한계를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020년부터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전개하고 있다. 2024년에는 ‘지방발전 20승10 정책’, 즉 매년 20개 군씩 지방공업을 집중 개발하고 10년 후엔 모든 지방경제가 활성화되는 정책을 시작했다. 이제서야 2500만명의 인구에 맞춘 생산력을 가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미 대외무역과 연계된 시장이 북한경제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무역이 확대되지 않는 한 내부에서 자원을 조달하기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대외무역을 확대했던 것에 기인했기 때문에 모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 고난의 행군 불가피한 북한 주민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직면해 있다. 무역확대가 안되기 때문에 시장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는 유통되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상인들은 연쇄적으로 폐업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극도로 침체해 있다.
그러나 시장은 외부경제와 연동되기 때문에 시장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환율 때문이다. 강달러가 지속하는 가운데 이와 연동된 북한의 시장환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경이 폐쇄됐던 당시 북한의 시장환율은 1달러당 약 5~6천북한원 정도였는 데, 국경이 열린 후 지금은 2만북한원을 넘어서고 있다.
쌀 가격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장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시장에 물건은 없고, 가격은 오르고 있으니 생활고는 더해질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승10’ 정책에 필요한 물자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데, 각 기관은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함에 따라 한국과의 직간접적 거래는 전면 금지되다 보니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실제로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당시에는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방법이 없는 북한당국은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시장이라는 자구책을 만들어냈고, 대외무역과 연계해 시장을 확대하면서 생존권을 지켰다.
그런데 지금은 자력갱생이라는 미명 하에 북한당국의 통제는 강화됐고, 중국과의 무역거래는 제한적이다 보니 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은 주민들 몫이 된 것이다.
시장과 대외무역의 정(正)의 상관관계에도 불구하고 정책오류로 인해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고 하는 북한 주민들이 이번에는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