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尹 탄핵안 가결에 긴장하는 2금융권…업권 현안 추진 '안갯속'
금융당국, '금융정책 차질 없이 진행' 방침에도 추진 지연될 전망
의사단체 '의료개혁특위' 탈퇴하며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도 표류
'적격비용 재산정' 발표 지연 예상에 카드업계 수익성 전망도 불확실
정국 혼란에 '예금보호한도 상향' 연내 통과 불투명…저축은행 '촉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금융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예고된 금융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손보험 개혁,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등 현안 관련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2금융권은 여전히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5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 판매채널 현안,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방향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태아 보험 인수기준 개선, 불완전판매 장지 등을 위한 제도개선, 보험사의 건전경영 유도, 자율규제 강화 등이 논의돼 관련 법령 개정 등의 절차가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보험업계가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실손보험 개혁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별도 후속 보도자료를 통해 논의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등과 관련해 보험개혁회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와 연계돼 논의가 진행된 실손보험 내선방안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돼 왔다. 윤 대통령이 강한 의료개혁 의지를 보여왔고,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어렵게 구성한 만큼 실손보험 관련 제도를 개선할 적기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3일 비상계엄 포고령 1조 5항에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도록 하고, 위반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는 8일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5일 입장문을 통해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면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특위에서 의사단체가 모두 빠지면서 실손보험 개혁도 표류하게 됐다. 실손보험의 특성상 의료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논의 자체가 지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데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인사들이 모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의료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마련하는데까지 많은 시일이 걸렸는데, 비상계엄 이후 논의가 중단돼 보험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황"이라며 "비상계엄 관련자들이 모두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빠르게 의료계의 마음을 되돌려 상호 신뢰하에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적격비용 재산정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에 필요한 원가 개념으로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을 근거로 3년마다 재산정된다. 이를 근거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개편된다.
통상 금융위가 수수료율 조정 방침을 확정한 이후 당정 협의를 거쳐 이를 발표하는데,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관련 일정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발표 시기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이후 네 차례 모두 인하됐다. 연 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2012년 4.5%에서 0.5%까지 내려갔다. 연 매출액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3%대에서 1%대로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영세·중소신용카드 가맹점 선정 결과를 보면 전체 신용카드 사맹점의 96% 가량을 차지하는 영세·중소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카드업계는 올해에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을 보고 있다. 카드사들이 실적 개선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카드업계는 카드론 취급을 통한 금융자산 확대와 비용 절감 경영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며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누적된 수수료율 인하에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시기 조달비용 상승, 소비 둔화 등으로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또다시 수수료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수익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인상 또는 최소 동결을 바라고 있지만 당국과 정부의 판단은 인하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수료율이 또다시 인하된다면 카드업계의 수익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지난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연됐고,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해지면서 통과 시점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는 내리막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38%다. 이달 2일 3.45%에 비해 0.07%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중은행 예금과 투자금 등이 저축은행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큰 매력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15~3.55%로 저축은행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예금자보호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예금보험요율이 인상될 뿐 자금 유입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고금리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데다 예보료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예보한도 상향에 따른 자금 유입이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예보료율 부담만 확대되고 영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향후 사업계획 마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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