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2.19 08:30 ㅣ 수정 : 2024.12.19 08:30
연간 당기순익 전망치 5조원대 육박 은행·비은행 비중 재편해 ‘질적 성장’ 통큰 주주환원도...밸류업 주도 나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금융그룹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5조원대 연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자산 확대에 따른 은행 자회사 실적 증대 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 등 비(非)은행 자회사들도 동반 성장하고 있는 흐름이다. KB금융은 이 기세를 몰아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도 주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5조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4조6319억원) 대비 9.4% 증가한 규모다. 이 전망대로라면 K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중 처음으로 5조원대 연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5조 클럽’에 입성하는 동시에 2년 연속 ‘리딩금융(당기순이익 1등 금융그룹)’도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실적 성장은 이자 이익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KB금융의 이자 이익은 9조5227억원으로 전년동기(8조9583억원) 대비 6.3% 늘었다. 주력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올 6월 말 약 351조5000억원에서 9월 말 약 361조8000억원으로 1개 분기 만에 2.9% 성장한 게 주효했다. KB금융 이자 이익이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을 더한 총영업이익은 올 3분기 누적 13조3673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KB금융의 이익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4조3953억원) 중 국민은행(2조617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전년동기(63%) 대비 7%포인트(p) 축소됐다. 대신 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KB라이프생명 등 비은행 자회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이 같은 기간 37%에서 44%로 확대됐다. 그룹 이익의 비중이 ‘은행 6 비은행 4’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은 ‘질적 성장’을 위해 금융그룹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돼 왔다. 은행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 시장금리 등락과 대출자산 증감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 신한·하나·우리금융의 비은행 비중은 5.1~21.9% 수준이다.
KB금융은 비은행 강화를 경영 전략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윤종규 전 회장 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통해 그룹 전체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사실상 양 회장의 첫 성적표인 올해 실적 지표를 봤을 때 이익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는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급 실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증명한 KB금융이 금융권 밸류업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KB금융은 당장 내년부터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간 배당금 총액을 최소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양 회장은 “KB금융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수익성, 건전성, 주주환원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속가능한 여정에 KB금융의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