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동래원조산곰장어 최효자 대표, “혼자 하는 봉사보다는 함께 하는 봉사가 의미 깊어”
[부산/뉴스투데이=문지영 기자] 부산의 향토음식 중 하나인 꼼장어는 3~40년 전만 해도 서민들이 즐겨 찾는 서민 음식이었다. 지금은 물가 상승과 자연산으로 공수할 수밖에 없는 특성 탓에 고가의 음식이 돼버렸으나, 부산 수안동의 동래원조산곰장어는 오로지 국산을 사용하고 조선간장(집간장)으로 음식 간을 맞추는 정성으로 손님들의 신뢰를 두텁게 유지하는 식당이다.
1년에 메주 100개 정도 만들어 간장을 직접 뽑아내는 등 어려운 과정을 고수하는 데 이어 생물이 없으면 영업도 하지 않는다. 식당 정면에서는 산 꼼장어가 없으면 휴업한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띄게 표시 돼있다.
3대째 동래원조산곰장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효자 대표는 지역 봉사꾼으로 유명하다. ‘나눔’이라는 어원이 없던 시절 그가 꾸렸던 나눔회는 어느덧 수백 명이 모인 봉사단체가 되어 김장김치 나눔, 즉석 짜장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 곳곳 도움이 필요한 곳을 누비고 있다.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1월 협의회 회관에서 ‘행복드림’ 출범식을 통해 더 큰 봉사를 위한 발걸음을 뗐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 동래구 중식부 회원들로 구성된 행복드림 나눔봉사회는 코로나19로 추진력을 잃었던 봉사활동을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와 새롭게 재개한다.
<뉴스투데이>는 최효자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최효자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선행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전라남도 고흥에 나병환자들이 거주하는 섬으로 알려진 소록도를 우연한 계기로 방문하면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도망쳤지만 이내 스스로 질책하게 되면서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봉사밖에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봉사가 어언 40년이 넘었습니다.
Q.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A.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타인에게 알리는 봉사는 의미가 없다는 철학을 한때 가지고 있었는데, 봉사를 해 나갈수록 혼자 힘으로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마음 모아서 하는 봉사가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 중에는 봉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홍보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눔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을 때 소인원으로 나눔회를 꾸려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 게 지금 몇 백 명이 모인 단체가 돼서, 물품과 기금 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당 일이 저의 봉사 그릇을 키우고 더 크게 나눌 수 있는 기반이 된 점에 스스로 복이 많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힘들지요?”라는 안부 인사가 입버릇이 된 요즘에는 경제적인 한계로 딜레마에 빠지고는 해요. 스스로 이겨내는 건 제 몫이고, 힘이 닿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봉사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Q. 대표님만의 봉사 철학이 있으신가요?
A.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인연이고, 그 인연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나눈 것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봉사하지는 않지만, 늘 마음을 따뜻하게 돌려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연은 곧 인적 자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중하게 여기자는 것이 평소 철학입니다.
Q. 앞으로의 봉사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A. 행복 드림팀이라는 짜장 봉사팀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동래구 위주로 활동했는데 짜장 봉사를 원하는 곳이 많아서 부산시 전체로 확대했습니다.
짜장면은 대량으로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합니다. 즉석 음식이라 해서 특별히 다르거나 맛이 없지 않고, 재료도 똑같이 정성스럽게 만듭니다. 강당, 복지관 등 물이 있고 조리할 수 있는 장소로 짜장 봉사를 많이 다녔고 내년에도 계획된 곳들이 있습니다.
짜장 봉사에 사용되는 기본금도 제법 드는데, 봉사원들과 십시일반 모아서 진행하니 뿌듯하고 그런 의미에서 봉사원들도 저한테 큰 인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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