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신약 개발 30년...작년 품목허가 2개 이어 올해는 몇개?
1997년 '선플라주' 시작...지난해 38개 신약 개발 성공
49개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기업, 31개 임상3상 물질 보유
1조4911억원 연구개발비 투입...매출액 대비 15.77% 수준
대한민국 산업계가 대내외 정치 지형의 급작스런 변화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대규모 관세 폭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수출 기업의 대응 전략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전략을 알아보고, 우리 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 위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판매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전략 의약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수준이던 제약바이오 산업이 빅파마로의 도약을 꿈꾸며 신약 개발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 1997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내 첫 신약으로 등록됐다. 이후 30년 동안 총 38개의 신약이 개발돼 출품됐다.
지난해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바이오사 노보노디스크는 약 10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개발 신약 ‘위고비’가 기여한 공이 컸다. 국내 1위 제약사의 지난 2023년 매출은 약 1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뒤처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은 2개를 기록했다. 올해 출시될 신약은 미정이지만,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 대표들이 신약 개발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제약바이오사가 공시(2024년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임상3상 시험에 돌입한 신약 후보 물질들을 조사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총 49개사(社)로 국내 기업만 45곳이다. 이중 31개 기업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신약 후보물질(라이선스 아웃 포함)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형제약기업은 정부가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사, 외국계 제약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 신약 개발 '질적 성장'...일반 질병에서 '희귀질환‧난치병 치료제'까지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동물시험 단계인 전임상을 거친 후 임상1~3상 시험까지 거치게 된다. 이 결과를 갖고 보건당국은 품목허가(판매개시)를 승인해 준다.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3상에 돌입하는 것은 품목허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즉 임상 3상에 돌입했다는 것은 시판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개발한 신약들은 일반 질병에만 국한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희귀병과 항암제가 만들어지면서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위주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바이오시밀러만 10개 품목이 넘는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CT-P51은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로 다국적 제약사 MSD의 ‘키투르다’의 바이오시밀러다. 키투르다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지난해 250억달러(36조67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이외에도 로슈의 바이오의약품 ‘오크레부스’(글로벌 매출 9조원)의 바이오시밀러 CT-P53 개발 중(임상 3상)에 있다. 또 노바티스의 ‘코센틱스’(글로벌 매출 7조원)의 바이오시밀러 CT-P55도 임상 3상 중에 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개발한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의 경우 MSD로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돼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시판됐다. 특히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는 정맥주사(정맥에 투약, 병원에서 방문) 형태의 제형을 피하주사 방식(인슐린 투약 방식과 유사, 직접 투약)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 수출로 MSD사에 총 5조556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외에 테고사이언스의 경우 첨단 바이오의약품 ‘TPX114‧TPX115’를 개발하고 있다. 각각 임상 3상 중이며 두 가지 모두 회전근개전층파열 치료제다.
TPX114는 자기유래섬유아세포가 투여된 부위에 생착돼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을 합성해 파열된 건조직을 구조해 재건하는 방식이다. TPX115는 동종유래섬유아세포를 사용하는 것으로 TPX114와 비슷한 방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사 중 올해 출시가 유력한 개발 신약은 LG화학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정도다. 혁신 신약은 아니지만, 알테오젠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 시판할 채비를 마쳤다.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매출액 대비 평균 15.77%의 연구개발비 집행
혁신형제약바이오 기업 인증 제약바이오사 중 연구개발비가 공개된 곳은 총 24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조491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평균 62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썼으며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15.77% 집행하고 있다.
혁신형제약기업 유지를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된다. 현행 법상 매출 1000억원 이상은 5%를, 1000억원 미만은 7%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쓰도록 돼 있다. 이를 놓고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꽤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쓰는 곳은 셀트리온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3128억원을 썼다. 가장 적게 쓰는 기업은 파미셀로 57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부광약품은 213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지만 매출액 대비 18.17%를 써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가장 낮은 곳은 일동제약으로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1.42%의 연구개발비(64억원)를 집행했다. 일동제약의 경우 R&D 자회사를 설립해 분사시켰으며 지난해 매출액 대비 16.3%에 해당하는 97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었다. 최근 신약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아웃하면서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비 집행은 846억원에 불과하지만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76%을 집행했다.
바이오벤처기업의 경우 에이비엘바이오가 51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으며 이는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208.40%에 해당한다. 가장 낮은 곳은 테고사이언스로 19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이는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256%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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