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업종 전망① : 반도체] 올해도 'AI' 가 대세…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 급증
지난해 반도체 시장, HBM 등에 힘입어 회복세 접어들어
SK하이닉스·삼성전자, 업황 개선에 지난해 두드러진 성과 거둬
AI용 반도체 vs 범용 D램 가격 추이 '양극화' 본격화 조짐
반도체 업황, 온디바이스AI 활성화에 하반기 가파른 상승세 예상
2025년은 연초부터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탄핵 정국을 맞았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한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 등 악재가 겹쳐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새해 벽두부터 대내외 변수가 난무하는 을사년(乙巳年) 산업별 시장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수요 저하와 공급 과잉이 맞물려 찾아온 혹한기를 지나 지난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AI(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해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이에 따라 레거시(범용) 반도체 제품 부진에도 업계는 회복세로 진입했다.
이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AI 대형 수혜주로 손꼽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 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4296억원과 2조8860억원이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16조4233억원,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최대 분기 실적이고 영업이익은 6년 만에 5조원대로 다시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17조5731억원과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토대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20조원대, 영업이익 8조원대를 일궈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만큼 슈퍼 호황을 누리지 않았지만 회복 흐름에 올라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지난해 1분기 실적은 매출 23조1400억원과 영업이익 1조9100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2분기에는 매출 28조5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45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7개 분기 만에 10조원대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으로 메모리 사업은 선방했지만 비메모리 부문이 적자를 나타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다소 아쉽지만 연간 영업적자 14조8800억원을 기록한 2023년에 비해 대폭 개선된 것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올해에도 AI 산업이 각광 받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는 연초부터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7월 2.1달러 △8월 2.05달러 △9월 1.7달러 △10월 1.7달러 △11월 1.35달러 △12월 1.35달러로 하반기 내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메모리카드·USB(이동식 저장장치)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7월 4.9달러 △8월 4.9달러 △9월 4.34달러 △10월 3.07달러 △11월 2.16달러 △12월 2.08달러로 4개월 연속 큰폭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범용 제품인 PC용, 스마트폰용 D램과 클라이언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낸드플래시는 다소 약세가 예상된다. 반면 HBM이나 QLC(쿼드러플레벨셀) 기반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용 고부가가치 제품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흐름이 고부가가치 제품은 긍정적이고 범용 제품은 부진한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와 비슷하게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범용 제품 가격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또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4분기보다 10~15%까지 떨어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D램 가격도 올해 1분기 8~13% 내릴 것으로 점쳐진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부문에서 수익을 일궈내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1분기 전체 D램 가격 하락 폭은 0∼5%에 이를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러한 기조가 올해 2분기까지 영향을 미친 후 하반기부터 다시 반등 구간에 진입하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반기 성장 기대 요인은 ‘온디바이스 AI’의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별도의 서버 연동이 필요없는 첨단 기능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온디바이스 AI가 계속 화두였지만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현재 여러 리포트를 종합해 보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커지면 결국 범용 시장 회복세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수요를 이끌어 낼 만한 주요 빅 이벤트도 올해 하반기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차세대 HBM을 탑재한 칩 신제품을 선보이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쯤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중요한 기업인데 애플이 본격적으로 AI 시장에 뛰어들어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많이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도 올해 하반기”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HBM 추가 물량 반영분도 하반기에 본격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D램을 생산하는 3개 업체의 공통적인 의견이 ‘2025년 HBM 생산능력은 이미 다 소진됐고 추가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1·2분기에 당장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현재 소진된 생산 능력 이상의 추가 협의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점은 빨라야 2분기 이후”라며 “이러한 상황이 모두 맞물려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를 지나 2분기 이후 완만한 성장세,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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