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탄핵사태 종결 이후 국가안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1.13 11:08 ㅣ 수정 : 2025.01.13 11:08

차기 정치 리더십이 분열된 안보관 조절하고 미국과 중국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할 수 있어야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현재 우리 외교는 국내정치 혼란으로 정지돼 있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탄핵사태 종결 이후가 더 우려된다. 그 이유로 첫째, 탄핵사태를 겪으며 양극화된 여론과 국내정치로 인해 국가안보 문제에서도 분열과 대립이 심화할 가능성과, 둘째, 미국과 중국이 국내 정치세력을 통해 개입할 가능성 때문이다. 

 

기존의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을 원하는 미국과 한·중 관계 증진으로 미국에 맞서고자 하는 중국이 한국에서 충돌할 것이란 전망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지정학적 도전이다. 이때 국내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외세와 결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분열과 외세의 각축이 정치 리더십으로 조절되고 차단되지 않는다면 국가안보는 위험질 수 있다. 구한말 망국 직전의 혼란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계엄 사유와 탄핵 사유 양극단으로 치달아 향후 더 큰 위기 예상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계엄 사유를 밝혔다. 계엄 해제 이후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우리 안보와 경제의 기반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는 또다시 무너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인이 부산에 정박한 미군 항공모함을 촬영한 사건과 국정원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건을 포함해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중국과 관련된 특정 사례를 언급했다. 담화문에는 야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 한미동맹 중심의 안보관이 담겨있다. 

 

민주당 등 6개 야당이 12월 4일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1차) 결론에는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국가안보와 국민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라고 탄핵 사유를 제시했다. 이 문구는 12일에 작성된 2차 탄핵소추안에서는 삭제됐지만, 국내외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컸다. 

 

이렇게 계엄 사유와 탄핵 사유가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적대감까지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 진영의 안보관과 야당 일부를 포함한 극좌 세력의 시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혼란과 충돌은 계속 증폭돼 향후 더 큰 위기가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 개입 차단하지 않으면 분열 심화로 위기 초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계엄은 잘못됐지만,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탄핵 사유로 삼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또한, 영 김(Young O. Kim) 공화당 하원의원은 기고문에서 “탄핵주도세력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을 훼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넌은 방송에서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이 한국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언급한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해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시키고, 소위 중국 간첩을 과장하며, (태양광 관련)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비방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반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에서는 “중국인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라는 어느 여당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자국민 한국 내 정치행사 참여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은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돼 한미동맹이 약화하면 중국 견제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고, 중국은 향후 중국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 미국을 견제하기 바라고 있다. 과거 중국에 우호적인 정부는 주한미군 사드 포대의 운영 제한을 중국과 협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차기 리더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개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국내 정치세력의 분열이 심화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국익 개념과 기준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전작권 전환 추진해야

 

필자는 보수와 진보의 안보관을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은 현재 우리 안보의 주축으로 다른 세력과 대체하기 어렵고, 외교에서 자율성 확대는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정 기간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일본과 협력하는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 관계 증진을 도모하는 한편, 북한과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미동맹은 고정불변이 아니며, 이로 인해 우리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탄핵사태가 종결된 이후 들어서는 정치 리더십에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치권과 정부, 안보 전문가 등이 국익이 무엇인지 합의해야 한다. 이 합의를 기초로 국익을 지키거나 극대화하는 방법은 상황별로 다를 수 있어 추가 협의도 필요하며, 이것은 즉각 시행해야 한다. 둘째, 우리 안보의 미국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지연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국가과제이다.

 

한용운, “내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누가 나를 망하게 할 수 없다” 

 

‘서로 싸우는 참새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이런 참새는 사람에게 잡혀 참새구이가 될 뿐이다. 중국 고전에 유사한 표현이 있다. ‘螳螂捕禪 黃雀在後’(당랑포선 황작재후) 즉 사마귀가 눈앞에 있는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정신 팔려있는 사이 새가 뒤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글귀이다. 사마귀는 매미를 얻었지만, 자신은 새의 먹이가 되었다. 

 

우리의 내분이 깊어지고 극단으로 치달아 서로 적대하고 있을 때, 그리고 정치권이 눈앞에 정권만 탐할 때, 우리 뒤에는 그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해 한용운은 “내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누가 나를 망하게 할 수는 없다”라고 조선 망국의 원인을 내부의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경고이다.  

 


 

image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