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1.14 08:22 ㅣ 수정 : 2025.01.14 08:22
인터넷뱅킹 비중 역대 최대 수준 대면 거래는 연일 최저치 경신해 고객 수요 감소에 영업점 줄폐쇄 금융 접근성 약화 우려는 과제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 소비자의 입출금 거래 중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대면 거래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비대면 거래 확산이 가속하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빠르게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영업점을 폐쇄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다만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약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83.9%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지난 2023년 2분기(80.9%) 사상 처음으로 80%대에 진입한 뒤 매 분기마다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에는 83.9%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자연스럽게 대면 채널 이용률은 축소되고 있다. 입출금 거래 기준 대면 거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3.6%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5.1%에서 지난해 1분기 4.1%로 1.0%p 급감한 뒤 2분기(3.7%)에 이어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텔레뱅킹을 이용한 입출금 거래 비중 역시 지난 2023 4분기 1.8%에서 지난해 3분기 1.7%로 줄었다. 현금자동인출기(CD)·현금자동입출금기(ATM) 비중도 지난해 3분기 10.9%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2020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대면 금융도 빠르게 확산했다. 입출금 뿐 아니라 예·적금 가입, 가계대출 실행 등 웬만한 여·수신 업무가 비대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의 모바일·인터넷뱅킹 고도화로 디지털 금융 거래 환경이 개선된 점도 비대면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기성 은행들이 비대면 금융에 공을 들이면서 영업망 체제도 재편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영업점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232개로 나타났다. 2022년 3분기 말(3442개), 2023년 3분기 말(3283개)과 비교하면 각각 210개, 51개 줄어든 규모다.
은행권은 이 같은 영업점 축소가 고객 수요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은행이 영업점을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건물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각종 인쇄물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 무작정 영업점을 운영해 나가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계산이다.
다만 공공성을 가진 은행들이 인력·비용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춘 영업점 운영 정책을 펼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생활 반경 내 영업점이 폐쇄되면 대면 업무를 보는 데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금융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금융 접근성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내 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역의 고령화 수준이 높을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은 낮아져 고령층의 금융 소외는 계속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의 물리적 접근성에 대한 판단이 (사전영향평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영업점 축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場)’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 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말한 바 있다.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은행권은 인구 분포 등을 고려해 기존 오후 3시 30분까지인 영업점 폐점 시간을 오후 6시 이후까지 연장하는 ‘탄력점포’와 2개 이상의 은행이 한 영업점에서 영업하는 ‘공동점포’ 등을 운영하며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또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부터 우체국에서 은행 예·적금 관련 업무를 볼 수 있게 허용하는 ‘은행대리업’도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다양화되고, 각종 특화점포도 늘어나면 고객의 인식도 점차 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업점 운영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건 기대효과 측정과 금융당국 협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급격히 늘어나는 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