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탄소 중립 (19)] 히트펌프에 주목하다 (上) - 히트펌프가 바꿀 에너지 패러다임
[기사요약]
히트펌프(Heat Pump), 에너지 효율 뛰어난 난방·냉방 기술
전통적인 가스보일러 대비 40~60%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배출 대폭 줄일 수 있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빠르게 확산.. 유럽은 매년 약 30%씩 증가, 미국은 상업용, 공공기관으로도 확대 추세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의 성장 지속할 전망.. 한국 기업들도 북미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두각 나타내고 있어..
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관련 분야의 일선 기업들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및 에너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를 찾고 있지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ESG 금융의 물꼬를 제대로 된 수요처로 초기부터 잘 잡아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본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히트펌프(Heat Pump)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난방 및 냉방 기술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중시하는 트렌드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으며, 유럽, 미국,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 히트펌프, 에너지 효율 높은 난방 및 냉방 기술
히트펌프는 여러 가지 기술적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높은 에너지 효율을 들 수 있는데, 소비하는 전력 대비 3~5배의 열을 생성할 수 있는 고효율 시스템이다. 기존의 가스보일러 대비 약 40~6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단순한 논리이긴 하지만, 한국의 건물부문 냉난방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약 20%인데, 이를 모조리 히트펌프로 전환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건물부문에서 약 35% 감축, 국가 전체 기준으로는 약 10%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력 감축량 기준으론 약 130TWh인데, 현재 연간 약 8TWh를 생산하는 삼척화력발전소나 10TWh를 생산하는 신한울 1호기 원자력 발전소를 수십개나 감축할 수 있을 수준이다.
따라서 히트펌프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 패러다임을 혁신할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 히트펌프의 기술적인 원리, “열을 이동시키는 숟가락”으로 비유
히트펌프의 기술적인 원리를 비유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냉장고처럼 열을 이동시키는 숟가락”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먹을 것을 옮기는 과정에서 음식을 한 접시에서 다른 접시로 이동하고 싶다 해보자. 이때 히트펌프라는 마법의 숟가락을 써서 음식을 쉽게 옮길 수 있다. 히트펌프는 이 숟가락처럼 열에너지를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냉난방을 들면, 겨울에는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까 찬 접시에서 뜨거운 부분을 숟가락으로 퍼 와서 나의 앞 접시로 가져오는 거로 비유할 수 있다.
반대로 여름에는 내 앞 접시의 뜨거운 부분을 퍼서 찬 접시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면 내 앞 접시는 시원해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숟가락을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나의 손을 써야 한다. 히트펌프도 숟가락(펌프)을 움직이기 위해 전기 에너지를 쓰게 된다.
효율성 측면에서 우리가 차갑고 뜨거운 음식을 손으로 직접 나를 수도 있지만, 숟가락으로 옮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즉 적은 힘으로도 많은 음식을 쉽게 옮길 수 있듯이, 히트펌프라는 숟가락을 써서 적은 전기로 많은 열을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숟가락’을 이용해 음식의 열을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불을 피워서 직접 음식을 데우는 것(가스보일러)보다 환경적 측면에서 더 깨끗하다.
• 유럽 및 미국, 빠르게 확산 중.. 한국 기업, 국내보다 북미 시장에서 두각
수년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히트펌프는 유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히트펌프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보고, 보조금과 세금 혜택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유럽에서는 약 300만대 이상의 히트펌프가 설치되었으며, 매년 약 30%씩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스웨덴, 독일, 프랑스는 히트펌프 보급률이 높으며, 노르딕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보일러를 거의 대체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히트펌프 구매와 설치에 대해 최대 30%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주거용뿐 아니라 상업용, 공공기관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국은 오히려 기업들이 국내시장보다는 북미 시장에서 기술력을 발휘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히트펌프 ‘에코 히팅 시스템(EHS)’으로 미국 HVAC(냉난방공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24년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아메리카’를 설립해 현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EHS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주거 및 상업시설의 바닥 난방과 급탕에 사용되며, 공기 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발생이 적다.
LG전자도 주거용 히트펌프로 공기 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등이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북미 공조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5년 2월 미국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에서 관련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같이 미국 히트펌프 시장에서 한국 제품 수입 규모가 글로벌 4위 수준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미국 히트펌프 시장은 2022년 70억4500만달러에서 연평균 4.5% 성장해 2027년에는 87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유종민(Yu, Jongmin) 프로필 ▶ 미국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겸임교수 / 환경부 배출권 할당심의위원회 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외부사업 자문위원 /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전)한국은행 조사역 / (전)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전)기획재정부 뉴딜실무지원단 자문위원 / (전)환경부 중앙정책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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