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BYD 국내시장에 도전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 떨고 있니'
2000만원대 전기차로 한국 공략...올해 안에 세단· SUV도 출시 계획
안전성·편의성·성능에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3사 타격 입을 가능성 커져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까 아니면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할까'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최근 국내 시장에 2000만 원대 가성비 모델을 정식 판매하기로 해 국내 전기차 업계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전기차 업계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BYD가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기존 업체로서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YD 한국 진출로 특히 KG모빌리티(이하 KGM),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3사가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YD는 지난 16일 BYD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BYD코리아' 사업전략 및 신차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첫 출시 모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가격은 3000만원 초반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아토3는 2002년 출시 이후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전세계 72개국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이 모델은 BYD가 개발한 리튬·인산·철(LFP)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1회 충전하면 321km(복합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아토3는 파노라믹선루프, V2L(차량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쓰는 기능) 등 편의사양을 기본으로 갖췄고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유로 NCAP)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별 5개를 받으며 안전성도 검증했다”며 “여기에 한국 고객 취향과 편의를 고려해 티맵모빌리티 서비스, 국내 음악 플랫폼 플로(FLO) 등 한국 특화형 부품과 서비스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BYD는 이번 아토3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퍼포먼스 중형 전기세단 'BYD씰',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BYD 씨라이언7'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 현대차·기아 대비 약 1000만원 저렴…보조금 규모는 미정
BYD는 일반 트림(등급) 아토3와 상위 트림 아토3 플러스 두 가지로 출시한다. 가격은 각각 3150만원, 3330만원으로 정했다. 당초 업계는 아토3가 3000만원 중반대에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다.
이는 앞서 출시된 다른 해외 국가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BYD는 한국보다 아토3를 먼저 선보인 유럽에서 4만유로(약 5000만원대) 일본은 450만엔(40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어 1000만원 이상 싸다. 또한 3000만원 중반대에 판매 중인 동남아 판매 가격보다도 저렴하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사업부문 대표는 “가격 책정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며 “비야디 한국 진출 첫 해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고객 눈높이에 맞는 최적 가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출시 가격은 중국 본사와 논의를 거쳐 출범식 전날 늦은 오후에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는 경쟁모델 대비 다소 저렴한 판매가를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앞세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아토3는 국내 전기차 가운데 경쟁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 등과 비교하면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코나 일렉트릭은 4142만원, EV3는 3995만원부터 시작한다.
아토3는 이미 3000만원 초반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데다 보조금 혜택까지 누리면 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조인철 대표는 “보조금은 많은 금액을 받긴 여러울 것”이라며 "그러나 기본 트림은 최대 보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아토3 보조금 산정을 위한 정부의 '전기차 보급평가'가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규모는 고객에게 실제 차량이 인도될 시기에 나올 예정이다.
정부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따라 아토3는 재활용률이 낮은 LFP 배터리를 탑재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된 국내 차량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BYD는 당장의 판매량을 늘리기 보다는 긴 호흡과 장기적 시각에서 한국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안전성, 편의성, 성능 등 모든 면에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류쉐랑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올해 한국에 들어온 목적은 몇대를 팔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최대한 많이 BYD를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전기차가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됐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초기 B2B 시장 공략 전망…안전성 검증이 시장 확장 관건
국내 자동차 업계는 BYD 한국 상륙으로 전기차 시장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KGM,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3사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가 당장 현대차·기아까지 위협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중견 3사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 3사 시장점유율은 5% 미만으로 특히 가격으로 승부해온 KGM 같은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KGM은 LFP배터리를 사용하는 중형 전기차 SUV 토레스 EVX를 판매하고 있다. 차량가격은 4438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아토3와 다르게 중형차이지만 1300만원 정도 비싸다.
또한 아토3와 같은 LFP배터리를 사용해 보조금 규모도 크지 않다.
앞서 KGM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LFP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줄이자 차량 가격을 200만원 내려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전계약 가격과 비교하면 두 차례 가격 인하에 따라 400만원이나 낮아졌다.
아토3 역시 가격 경쟁력이 무기이지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어 사업 초기에는 B2C(소비자 간 거래)보다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호근 교수는 “보조금 규모 차이로 EV3는 아토3 가격 차이가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가격으로 중국차를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 B2C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다만 중소기업 대상 친환경 자동차 의무 공급, 렌터카 등 B2B를 통한 시장 확장, 장기 리스 렌탈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때 품질이나 화재 발생과 같은 안전성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으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국내 판매량 추이에 따라 추가 인하 등 가격 조정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성능·사양이 똑같은 중국 전기차가 국산 가격의 70∼80%일 때 구입 의향은 29%, 50∼60%일 때 61%가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BYD 한국 진출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는 진단도 나왔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BYD가 갖고 있는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위기감을 분명히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은 부분은 BYD가 소비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진수 실장은 중국 가전기업 로보락이 국내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로 등장한 사례를 들며 중국산의 국내 시장 잠식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0년 5% 불과했던 중국 내 친환경차 침투율이 지난해 11월 49%까지 올라왔다”며 “자동차 시장 구조가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건 2010년 세단에서 SUV로 재편된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해외시장에서 중국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중국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업체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1~11월 전기차 367만3000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동기(256만2000대) 대비 43.4% 늘어난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2023년 20.7%에서 2024년 23.6%로 2.9% 포인트 늘어났다. 확대됐다. BYD는 해외 시장에서 아토3, 아토4, 돌핀의 판매가 늘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글로벌 2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158만3000대를 판매했다. 순위 변동은 없었으나 테슬라는 전체 판매량 약 95%를 차지하는 모델 3와 모델 Y 판매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전 세계에 51만대를 판매하며 2023년 동기(51만6000대)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2023년 1~11월 4.2%에서 지난해 3.3%로 떨어졌다.
차종별로는 주력 모델 아이오닉 5와 EV6가 부진한 반면 기아 EV3, EV9 판매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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