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만 힘든가”...은행권 상생금융, 형평성 불씨 여전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2.24 07:53 ㅣ 수정 : 2023.12.24 07:53

은행권 1.6조원 규모 개인사업자 이자 캐시백
1인당 최대 한도 300만원...금융당국도 만족감
가계대출 제외되고 자영업자간 형평성 문제도
은행 여력 따라 규모 축소 가능...환급액 차등
“남은 재원 활용 추가 지원 방안 모색 예정”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전국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20개 사원은행은 21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간담회에 앞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은행연합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자 장사 논란에서 촉발된 은행권 ‘상생금융’ 규모가 2조원대로 정해졌다. 이자 캐시백(환급) 등 직접 지원에 재원의 80% 이상이 투입된다.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상생금융 패키지에 금융당국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지원 대상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한정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재발하는 모양새다. 지원 대상군 안에서도 소득과 자산은 물론 신용도 방어 노력 등의 부분에서 불공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다 두터운 지원을 위해 추가 재원이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 20개 사원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에게 그동안 납입한 이자 중 일정 수준을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지원 대상은 올 12월 20일 기준 개입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다.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지급한다. 차주 1인당 환급 한도는 300만원으로 정해졌다. 부동산임대업 대출 차주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례로 3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연 5% 금리로 1년 이상 이자를 내고 있다면 지원 대출금 한도인 2억원의 1%(5%-4%·금리 초과분)인 200만원 중 90%인 180만원을 돌려받는다. 은행권이 추산한 지원 규모는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이며 1인당 평균 지원액은 약 180만원이다. 

 

이번 은행권 상생금융 패키지 규모는 2조원+알파(α)로 정해졌다. 개인사업자 이자 캐시백에만 약 1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은행별 집행 계획 수립이 완료되고, 2월부터 이자 환급이 개시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상생금융 규모·방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려했던 것보다 굉장히 신속하게, 너무 획일적이지 않으면서도 은행들이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는 생각”이라며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분들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함으로써 실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은행권의 이자 캐시백 준비·실행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는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 대상에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이 제외됐고,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1금융권 이용 차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들의 소득이나 자산, 신용도 등이 모두 상이한데, 일정 대출금리 이상 범위를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금리 고통 속 소득 감소를 감내하며 성실 상환해온 차주들이 역차별 받을 것이란 우려다. 

 

은행별로 건전성·여력 등을 감안해 지원 규모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한다. 지원 금액 한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이거나, 감면율을 90%에서 70%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인데, 거래 은행 체급에 따라 캐시백 규모도 차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상생금융은)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데 은행권이 힘을 더한다는 취지고, 아무래도 최전선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우선 지원 대상으로 정해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코로나 재난지원금 때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처럼, 완벽한 기준을 세우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 지원 효과를 최대한 극대화하기 위해 정해진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코로나 이후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이라고 판단돼 우선순위로 지원하게 됐다”며 “서민·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이 있으며 은행권도 공통 캐시백 프로그램 이외의 남는 재원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은행권 상생금융 집행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경기 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번 상생금융 재원으로 각각 약 2000~3000억원이 배정됐는데, 지원 범위 확대가 공론화될 경우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지금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당면 과제는 2조원을 얼마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행하는지고, 여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