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싱가포르·조호바루' 한달살기 (16)] 오토바이 굉음에 잠을 설치고 난 뒤 조식을 먹다

윤혜영 전문기자 입력 : 2024.04.22 17:26 ㅣ 수정 : 2024.04.23 16:09

프레이저 플레이스 식당... 한달살기 하러 온 부모와 아이들이 80%, 히잡 쓴 현지인도 출몰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인 '쿠이(Kueh0'와 바삭하고 뜨거운 쿠루아상으로 조식이 즐거워져
'춘절' 행사하던 붉은색 사자, 펄쩍 뛰어 천정에 매달린 돈봉투와 상추(choy. 행운)를 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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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 사진=윤혜영

 

[뉴스투데이=윤혜영 전문기자] 아이들은 킹사이즈 침대에 눕고 나는 3단 접이식 매트리스를 깔고 큰 방에 다같이 누웠다.

 

우기의 조호바루는 너무 추웠다. 밤에는 추워서 에어컨 가동은커녕 두터운 이불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덮을 이불만 있었기에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겨울패딩을 덮고 잠을 청했다.

 

한시간쯤 지났으려나. 창 밖에서 퍼버벙 소리가 나며 화약이 터지고 폭죽이 피어올랐다. 소리가 엄청났다. 창문을 붉고 푸르게 물들이며 불꽃은 여러번 타올랐다.

 

지난번 힐튼 조호바루에 묵었을때도 하늘에서 터지는 섬광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규모가 더 크고 오래 이어졌다. 30분쯤 폭음이 꽝꽝 거리고 불꽃이 치솟다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연이어 찾아오는 오토바이 굉음. 코로나의 영향과 실거주민은 얼마되지 않아 저녁이 되면 차량통행 조차 뜸해진다.

 

차와 사람이 없는 거리를 폭주족들이 점령하고 마후라 소리를 최대한 키워서 질주하며 소란스럽게 떠든다. 신도시 사람들은 잠을 설치는 날들이 늘어났고 경찰을 불러도 그때 뿐. 고질적인 문제거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오토바이 소리에 잠을 설치다보니 어느새 아침. 조식을 먹으러 프레이저 플레이스 식당으로 향했다. 한달살기 하러 온 부모와 아이들이 80%였고 히잡을 쓴 현지인들과 서양인 여행객들이 낮은 빈도로 가끔씩 출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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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eh / 사진=윤혜영

 

조식은 빵과 베이컨, 쌀밥과 멸치볶음에 땅콩, 씨리얼, 파인애플이나 수박이 있었고 바나나잎에 싼 찰밥, 사떼, 베이크드 빈, 계란요리 등등이 있었다. 타 호텔의 조식들과 비슷했으나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인 '쿠이(Kueh0'가 항상 있었는데 찹쌀에 코코넛이나 판단잎을 섞은 달달한 떡이다. 모양과 토핑은 변주가 가능해서 다양한 쿠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 9시 반쯤에 갓 구운 크루아상을 내어오는데 기다리고 있다가 두개씩 가져온다.

 

갓 구운 바삭하고 뜨거운 크루아상의 맛이란! 고소한 버터향이 퍼지고 달달하고 녹직한 페이스트리가 부서지는데 이 맛 때문에 매일의 조식시간이 즐거워졌다.

 

밥을 먹고 나가는데 로비가 떠들썩했다. 구경꾼들이 몰려든 곳으로 가보니 붉은색 사자가 들썩거리며 춤을 추고 음악이 울려퍼지며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중국의 춘절이라 거행하는 행사라고 했다. 이곳에서도 춘절은 명절 중에서 크게 치고 폭죽놀이도 하고 음식도 해서 즐겁게 보낸다고 한다. 간밤의 불꽃놀이는 춘절에 앞선 세리모니였던 것이었다.

 

사자는 춤을 추며 로비로 들어서더니 어느 지점에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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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ese new year / 사진=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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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y와 돈봉투 / 사진=윤혜영

 

천정에 돈봉투와 상추가 한 장 매달려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광동어로 상추를 Choy라고 하는데 '행운'이라는 말과 동음이의어라서 행운을 상징하는 의미로 상추를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사자는 펄쩍 뛰어 돈봉투와 상추를 집어삼켰다. 사람들이 흥겹게 박수를 쳤고 우리는 발길을 돌려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은 두 곳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프레이저 플레이스의 수영장과 옆에 이웃한 파인트리의 수영장 이었다. 18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높아서 전망이 너무 좋았고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싱가포르 해협까지 보였다.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물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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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 수영장 / 사진=윤혜영

 

신나게 물살을 가르며 행복을 발산한다.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도 너무 뿌듯하다.

 

내친김에 수영강습도 받자고 하니 좋다고 해서 9층 관리실로 가서 일주일에 두 번 현지인 수영선생님에게 저녁 8시에 수영강습을 받기로 등록을 해놓았다. <1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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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영 프로필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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