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정치권 혼란, 실손보험 개혁 물 건너가나…"다 된 밥에 재 뿌린 것"
비상계엄 이후 의료계 '의료개혁특위' 탈퇴…의료개혁 동력 상실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여부 불투명…실손 개선안 논의 표류
실손 1~4세대 모두 손해율 100% 넘어…3·4세대 손해율 악화
"대통령·정부 개혁 의지에 기대 컸으나 논의 자체가 어려워져"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정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실손보험 구조개혁·비급여 관리 강화 대책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보험업계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한다. 5차 회의에서는 상품구조반(실무단)에서 논의해 온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핵심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실손보험 개선방안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 방안과 연계해 논의가 진행돼왔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료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실손보험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위는 이달 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며, 정부는 실손보험 관련 전담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실손보험 개선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비상계엄 포고령 1호 5항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규정됐다.
의료계는 정부가 올해 2월 2000명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및 비급여‧미용 억제 등의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데 반발하며 파업, 의대생 단체 휴학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 5항에 또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이달 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탈퇴하기로 선언했다. 또 이달 8일에는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모든 의료계 단체가 특위 탈퇴를 선언하면서 의료개혁 동력이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의료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던 보험업계는 의료개혁 동력 상실에 과잉진료·의료쇼핑→의료비 증가→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에 빠진 실손보험 개선이 지연되면서 '멘붕'에 빠진 모습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1~4세대 모두 100%를 넘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 1~4세대 실손 전체 손해율은 118.5%로 2021년말 130.4%에 비해 11.9%포인트(p) 개선됐다. 이 기간 1세대는 142.5%에서 114.7%로 27.8%p, 2세대는 130.0%에서 112.4%로 17.6%p 하락했다.
반면 1~3세대 상품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 손해율은 같은 기간 61.2%에서 70.2%p나 130.6%의 손해율을 기록하며 70.2%p나 급등했다. 3세대 실손도 이 기간 116.2%에서 144.1%로 27.9% 악화됐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5일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실손의료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를 발표하면서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어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비금여항목의 과잉이용이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달한다. 지난해 손보사의 전체 실손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또 최근 4년간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발달지연의 비급여 지급보험금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처럼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보험업계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희망을 걸었지만,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의료계가 특위 참여를 보이콧하면서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료개혁이 80% 이상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논의가 중단되면서 실손보험 개선도 물 건너가게 됐다"면서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추진하던 의료개혁이었으나 스스로 다 된 밥에 재 뿌린 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의 강한 의료개혁 의지에 실손보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면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아무런 결론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지속을 위해서 정국 혼란이 빠르게 수습되고 손해율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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