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어떻게 반영할까?
[기사요약]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주 지표로 전환하는 방안 둘러싼 논의 제기
자가주거비, 소유한 주택을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때 얻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비용.. 주택가격과는 다른 개념
자가주거비 측정 방법 -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 ‘사용자비용 접근법’, ‘순취득 접근법’ 등..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 존재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의 주 지표로 전환하는 문제, 충분한 시간 두고 면밀한 연구와 검토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수립은 물론, 임금계약과 연금지급액 조정 등 국민 생활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주 지표로 전환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주거비용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 주거비 관련 항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자가주거비지수와 관련해서는 측정 방법 등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의 주 지표로 전환하는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 자가주거비는 자신의 소유주택을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때 얻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비용
주거비는 가계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 등 주택 임차료의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의 가중치를 크기 순서로 보면, 전세(5.42%), 월세(4.49%), 휴대전화료(2.98%), 휘발유(2.41%), 공동주택관리비(2.18%), 외래진료비(2.05%), 경유(1.63%), 전기료(1.61%), 고등학생 학원비(1.38%), 중학생 학원비(1.38%) 등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높은 가중치를 차지하는 품목은 전세이고 그다음은 월세로, 두 항목의 비중은 9.91%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주거비에는 전세나 월세 같은 주택 임차료뿐만 아니라 자가주거비도 포함된다. 자가주거비는 소유한 주택을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때 얻게 되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비용으로 주택가격과는 다른 개념이다.
소비자물가지수 개념에 근거할 때 주택 임차료는 주거를 목적으로 실제 지출한 금액변화를 반영하므로 비교적 측정이 용이하다.
그러나 자가주거비는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제공받는 주거서비스의 비용이므로 이를 현실적으로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의 주 지표에는 전세와 월세 등 집세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만, 자가주거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자가주거비는 집세지수를 의제해 보조 지표인 ‘자가주거비 포함지수’에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집세지수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특히 자가주거비가 소비자물가의 주 지표로 포함되지 않아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우려가 큰 편이다.
• 자가주거비의 소비자물가 주 지표 반영, 면밀한 검토 후 시행할 필요
자가주거비를 측정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이다. 이 방법은 자가주택을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수익을 자가 거주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간주해 자가주거비를 추정한다. 기회비용 관점에서 시장가격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대부분 계약가격 기준의 주택임차료가 사용된다.
이 방법은 임대시장이 발달할수록 유용하지만, 유사한 주택의 임대료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
둘째는 ‘사용자비용 접근법’으로, 자가주택 사용에 수반되는 비용을 자가 거주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간주해 자가주거비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에는 차입금 이자, 자기자금의 기회비용, 유지보수비, 세금,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되며,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이득이나 자본손실을 차감한다.
이 방법은 주거서비스 가격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감가상각비, 자본이익과 손실의 정확한 산출, 그리고 관련 자료의 적시 수집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는 ‘순취득 접근법’이다. 이 방법은 다른 내구재와 마찬가지로 주택을 취득할 때 지불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한다. 다만, 주택 취득은 신규주택의 거래금액(토지 제외)만 인정되는데, 이는 중고주택의 취득이 중고주택 매각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측정 시점의 신규주택 가격 등 주택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데 유리하지만, 신규주택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 전체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자가주거비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법이 없어 추정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는 월별 자료를 기반으로 하므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자가주거비가 주 지표로 포함되면 소비자물가가 부동산 가격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은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가주거비 반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시의적절하다.
다만,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의 주 지표로 반영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기존 전·월세 등 집세지수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 이후 자가주거비의 측정 방법 중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포함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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