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증권 10대 뉴스] 금투세 폐지·트럼프 트레이드·비상계엄 충격…국내 증시 여전히 '늪'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12.20 08:22 ㅣ 수정 : 2024.12.20 08:29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공매도 금지 1년 ‘최장’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사태, 블랙먼데이 공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2024년 국내 증시는 ‘공포’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할 만큼 역동적인 한해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증시가 활력을 찾았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 힘입어 상반기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계속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논쟁이 이어졌고, 폐지 수순까지 기나긴 줄다리기를 해야했다.
이후 경기 침체 우려와 정치적 리스크가 겹치며 증시는 깊은 늪 속에 빠져들었고 여전히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가고 있다. 8월 '블랙먼데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데다 12월 계엄 사태까지 투자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증권 10대 뉴스들이다.
■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추진됐다. 이후 지난 9월 3일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종목이 발표됐다.
한국거래소는 기존 대표지수와의 차별성 강화와 펀드 운용의 편의성, 지수성과 개선 등을 고려해 확정했다. 지수 발표 이후 지난 6일까지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50개사를 넘겼고,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는 기업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지난 16일 밸류업지수에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현대모비스 5개 종목을 추가 편입했다. 시장은 단기적인 상승보단 중장기적인 반등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공매도 금지 1년 ‘최장 기록’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6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1년이 지났고 내년 3월 말 재개될 예정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11월 전면 금지 조치 이전까지 코스피200·코스닥150에 속한 350개 종목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나,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공매도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제도 개선차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일부 종목은 단기 모멘텀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공매도 금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데다, 규제 리스크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인식만 나빠지고 있단 우려가 더 컸다. 당국·업계는 재개를 앞두고 관리 시스템 도입 및 관련 규정을 손보는 데 한창이다.
■ 트럼프 트레이드 등장, 서학개미 쏠림
국내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대거 늘어났다. 국내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매력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11월 한달간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이 9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우리 주식시장에서 4조원을 넘게 순매도했다.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은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이 확정되며 경기 낙관론이 확산하고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에 힘입은 영향이다. 특히 시장은 다음달 출범할 트럼프 2기 리스크 및 불확실성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사태
신한투자증권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 부서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선물매매로 1300억원의 추정 손실(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손실 규모가 자기자본(5조4088억원)의 2%를 넘어 공시의무 대상이다.
LP는 호가를 제시한다. 이 부서와 관련된 임직원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미래 특정 시점이나 기간을 설정해 금융 자산이나 상품 등을 서로 교환하는 행위)를 등록하는 등의 행위도 발견됐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실패라는 악재가 뒤따랐다. 결국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손실 사태 책임으로 자진 사임했다. 신한지주는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을 강조하면서 새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이선훈 현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을 내정했다.
■ 금투세 폐지 결정…‘증시 모멘텀 기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4년여간 진통 끝에 결국 폐지가 결정했다. 국회 여야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75명, 찬성 204명, 반대 33명, 기권 38명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투세 문제를 유예 또는 개선 시행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 수단이 될 수 있기에 금투세 폐지를 결정했다게 주된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코스닥시장 수급이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금투세는 한국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금투세 논쟁이 종지부를 찍자 일단 국내 증시도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주가가 반응했다. 또 주식시장 큰손들이 연말 세금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을 대거 쏟아낼 것이란 우려도 걷어내게 됐다.
■ 증권사 1조클럽 부활…서학개미 덕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가 부진하고 국내외 불확실성이 깔렸지만 실적은 대체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1조 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 가입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파이낸셜 프로젝트) 충당금 여파 등 비상경영에 나서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 속에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해외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인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들 덕분이다. 때문에 올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내년에도 이러한 쏠림 현상 및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 블랙먼데이 공포
올해는 월요일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블랙먼데이 공포가 여러번 등장했다. 지난 8월 5일 전세계적으로 '블랙먼데이' 사태가 벌어졌고, 우리 증시도 피할지는 못했다.
갑작스런 엔고에 해외로 빠졌던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엔캐리 청산'이 가속화하면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77% 하락하며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무산된 이후 처음 열린 지난 9일에도 우려했던 대로 종일 요동쳤다. 정치 불확실성 연장으로 코스피(2.78%)·코스닥(5.19%)은 연저점으로 추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 이탈뿐 아니라 ‘개미’(개인투자자)까지도 국내 증시를 외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 전세계 금리 인하 시작, ‘피벗’ 본격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과 함께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한 대신 경제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연준은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스몰컷)했고, 지난 18일(현지시간)에도 0.25%포인트 내리며 세차례 연속 인하 행진을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6월 약 2년 만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지난 9·10·12월에도 세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영국과 캐나다도 금리를 내렸다. 한국도 10월에 '피벗'에 나섰다. 지난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췄다.
■ 미국주식 주간거래 중단 ‘넉달 지나’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중단된 지 넉 달이 지났다. 하지만 재개 가능성이 요원한 상태여서 투자자들의 불편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주간거래를 운영했던 미국의 야간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과 국내 증권사들 간 문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서다.
미국 산업규제국(FINRA)는 관련 서비스 장애에 대해 블루오션 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해달라는 국내 증권사의 공문을 받고 조사 중이다. 국내 증권사 19곳은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지난 8월 5일부터 중단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날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간거래 주문이 몰리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자 블루오션은 오후 2시 45분 이후 들어온 모든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발생 손익을 말소처리했다.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피해 계좌 수는 9만여개, 피해 금액은 6300억원에 달했다.
■ 계엄發 증시 쇼크, 탄핵 소추안 가결에 하락은 ‘제한적’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12·3)을 선포하면서 그 다음날인 4일 국내 주식시장 개장이 불확실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시장 유관기관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가 비상계엄 관련 주식시장 개장 여부에 대해 “밤새 우리 증시 관련 해외상품들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살핀 후 오전 7시 30분경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개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거래소는 새벽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했다가, 비상계엄 해제 소식 이후인 오전 7시 35분 ‘정상 개장’하겠다고 하면서 주식시장은 초유의 개장 여부에 긴장해야 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증권가는 2차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국내 주식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