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이지수 사상 첫 4만 돌파에도 상장폐지 기업 속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이 94개사를 넘기면서 리먼 쇼크 후폭풍이 남아있던 2013년 이후 최다가 될 전망이다. 덕분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도 11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판단도 명확해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도쿄증권거래소는 2013년에 오사카증권거래소와 통합되며 만들어졌다. 주주 수, 유통주식 수, 시가총액 등에 따라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의 3개 시장으로 세분화되며 올해는 이 세 시장에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은 기업 수가 작년 대비 33사(54%) 늘어난 것이다.
보통은 상장 폐지보다 많은 신규 상장이 이루어지며 전체 기업 수는 해마다 증가해왔지만 올해는 중소규모 기업들이 다수 속한 그로스 시장에서 신규 상장이 약 80개사로 정체되어 있다
때문에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기업 수는 3842개사로 작년 대비 1개사가 줄어 2013년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40개사 이상씩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상장폐지가 모두 부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경영의 자유도를 위해 자사주를 모두 매입하여 스스로 시장을 빠져나간 기업들도 있고 타사나 투자펀드에 매수되어 상장 폐지되는 기업들도 꽤나 많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제약회사 중 하나인 다이쇼제약(大正製薬ホールディングス)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4월에 스탠더드 시장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는데 이를 주도한 오너 일가는 주식 상장이 선행투자나 근본적인 구조개혁 등의 중장기적 경영방침 수립에 족쇄가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내년에도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폐지가 다수 발생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6조 엔이 넘는 대형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가진 세븐&아이 홀딩스가 캐나다의 유통회사 Alimentation Couche-Tard로부터 매수제안을 받는 등 일본 기업들에 대한 매수제안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도쿄증권거래소 역시 상장기업의 수보다는 질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시장개편이 내년 3월로 마무리되면서 이후에는 신규 상장 기준은 물론 상장유지 기준도 강화하여 그로스시장에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기업들의 퇴출을 재촉한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상장기업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orld Federation of Exchanges)에 의하면 미국은 2024년 9월 기준 약 4000여개의 기업들이 상장하여 2000년 말 대비 약 2800개사가 감소했고 유럽 역시 2011년에 약 1만 5000개사로 정점을 찍은 후 8000개사 정도까지 상장기업이 반감되었다.
상장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비공개 주식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상장을 중시하지 않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
덕분에 어느 국가든지 주식시장에 남기를 선택한 기업들은 상장비용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일본은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7와 같은 공룡기업들이 부족한 탓에 평균주가 4만 엔을 넘어 5만 엔을 바라보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