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디지털·PLCC' 전략으로 진화하는 현대카드…비우호적 업황 돌파 '과제'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12.30 08:21 ㅣ 수정 : 2024.12.30 08:21

현대카드, 금융회사 최초 AI 소프트웨어 수출
신용판매금액 업계 1위 올라서며 본업도 성장
3분기 누계 순익 2401억원…전년 대비 6.4%↑
"투자처·조달·포트폴리오 등 업황 타개책 필요"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현대카드가 카드사의 틀을 깨고 '테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업에서도 회원수와 신용판매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업계 내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자표시신용카드(PLCC) 강화와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정태영 부회장의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10월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했다. 일본 3대 신용카드사 중 하나인 SMCC에 '유니버스(UNIVERSE)'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며,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이다. 이는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지 9년 만이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겟팅(Targeting)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에서도 현대카드는 신용판매 실적 기준 업계 1위에 오르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올해 1~11월 국내·해외 신용판매 실적은 151조6383억원으로 업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136조4763억원에 비해 11.1% 증가한 규모다.

 

이 중 해외 신판금액은 3조5373억원으로 전년 동월 2조7624억원과 비교해 28.1%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해외 신판액 증가는 법인카드 상품에 '아멕스 카드'가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원수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말 1000만명을 넘어선 현대카드의 회원수는 올해 7월 1200만명을 돌파하면서 2년 8개월만에 200만명이 늘었다. 지난달 기준 현대카드의 회원수는 1253만명으로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회원 수 증가는 지난해 국내 카드사 최초로 도입한 애플페이 효과와 사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전략의 성과로 풀이된다. 또 애플페이를 도입한 효과도 일정부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페이'에 등록할 수 있는 신용카드는 국내에서 현대카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항공, 자동차, 유통, 식음료, 포털, 패션, 게임, 금융, 여가 등 각 업계 대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PLCC를 적극적으로 발행해 왔다. 지난달에는 CJ 올리브영과 함께 뷰티·헬스 특화 PLCC '올리브영 현대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image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이 10월 16일 오니시 유키히코 SMCC 사장과 일본 도쿄 SMCC 사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PLCC를 강화하면서 제휴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해 고객 혜택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제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증가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PLCC를 통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회원수 확대와 신용판매 금액 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회원수 증가와 신용판매 확대를 통해 순익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누계기준 당기순이익은 2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2257억원에 비해 6.4% 증가했다.

 

문제는 신용카드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고수익 상품인 카드론을 통해 실적을 방어해 왔다. 현대카드 역시 카드론 규모가 증가하며 수익 개선에 기여했다.

 

현대카드의 3분기말 기준 카드론 취급액은 5조5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6265억원에 비해 19.8% 증가했다. 카드론은 이자율이 높아 연체 위험이 큰 만큼 연체위험도 크다.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크다.

 

다만 현대카드는 3분기말 기준 업계 최저수준인 1.03%의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업권 평균 1.49%에 비해 0.46%포인트(p) 낮은 수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카드론 등 금융자산 성장으로 충당금 적립이 증가했으나 3분기 기준 대손비용률은 1.71%로 지난해 연간 1.84%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LCC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담에 대해서는 "PLCC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회원수가 늘어 자연스레 신용판매 취급도 증가했다"면서 "PLCC와 프리미엄 카드 등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가맹점에서 비교적 큰 금액의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점도 주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내외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데다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돌파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환율·금리 변동, 수수료율 인하 등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투자처 발굴, 조달 다각화, 포트폴리오 구성 등 업황을 타개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