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고려아연 임시 주총 뜨거운 감자 된 '집중투표제'

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2.31 05:00 ㅣ 수정 : 2024.12.31 05:00

임시 주총 안건 집중투표제 두고 영풍·MBK 위법 주장
고려아연 "적법 절차 따른 것…회사 발전·미래가치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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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번에는 임시 주주총회 안건 '집중투표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방식 제안이 법률 위반이며 최 회장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연합이 자신들의 이사회 장악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해 반대하는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고려아연을 장악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내달 23일 임시 주총 안건 확정…논란된 집중투표제는

 

3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 23일 열리는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안건으로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 액면분할 추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이 상정됐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것은 소수주주 보호 방안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다.

 

이 안건은 고려아연 주주 유미개발이 지난 10일 고려아연에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이번 임시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안' 등을 추가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조치로 알려져있다.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대표적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 추천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2명 이상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열리는 주총에서 주주는 1주마다 선임예정 이사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가지게 되고 이를 이사 후보자 한 명 또는 여러명에게 투표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이사 후보가 5명이면 주식 1주당 5개 의결권을, 후보가 10명이면 10개 의결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통상 개별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과반 이상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의결권을 모아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를 도입해도 소수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모든 이사가 대주주 추천 또는 의사대로 구성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 의결권이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상법상 대표적인 소액주주 권리보호 방안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총 안건 확정 이유를 밝혔다. 

 

■영풍·MBK "상법·자본시장법 위반...최 회장 개인 경영권 방어용"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내놓자 영풍·MBK 연합은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맞섰다.

 

특히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게 영풍·MBK 연합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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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MBK파트너스]

 

영풍·MBK 연합은 “법조계 의견에 따르면 상법은 고려아연처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회사에서 2인 이상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를 소집할 때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주주가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고 설명했다.

 

법문상 명백히 규정돼 있어 애초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는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다르게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이란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상법은 이렇게 집중투표 방법의 이사 선임을 요청하려면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청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유미개발은 이 기한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고려아연 측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한인 지난 20일까지 유미개발 주주제안을 숨겼던 것도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집중투표 방식 이사 선임 안건이 임시 주총에서 다뤄질 것을 몰랐던 주주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주주권 행사도 제약받게 됐다는 이유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상법상 3%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 경영권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반 상황에서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이해되지만 이번 건은 1,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 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주주제안”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이 언급한 3%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다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와 같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영풍·MBK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관련해 단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이 여러 곳에 나눠져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고려아연에 더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법적 절차 정당…영풍·MBK 이사회 장악 위해 주주권익 내팽겨쳐”

 

영풍·MBK 연합 지적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제안)과 이 안건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 건을 적벌한 절차에 따라 결의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유미개발이 정관 변경 안건을 (임시 주총 개최) 6주 전인 이번달 10일 제안했고 여러 선례를 보면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MBK가 소액주주 보호 제도인 집중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에서만 받아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연합은 대표적인 소액주주 권익보호 장치이자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하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두고 제도 자체는 좋지만 고려아연 이사회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선 후에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건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자신들의 유일한 목적인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MBK는 조 단위가 넘는 차입금과 높은 요구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유동성 공급자(LP) 자금을 쓴 탓에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과 이를 통한 고배당 의결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 역시 석포 제련소 황산 등 위험 물질과 제련 잔재물을 고려아연에 넘겨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 이사회 장악과 고려아연 경영권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자신들이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도외시한 채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의 실상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에 더욱 힘을 싣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장악과 이익 확보가 유일한 목적인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을 행사하면 다른 주주들이 이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며 “이들의 행태는 집중 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더욱 힘을 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집중투표제는 MBK가 계속 강조한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이사회 장악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적용을 반대할 게 아니라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자신들 '명분'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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