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혁 방안 윤곽…5세대 가입 유도·의료계 반발 과제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1.13 08:21 ㅣ 수정 : 2025.01.13 08:21

비급여 관리 방안에 "선언적 발표 불과" 아쉬운 목소리
'5세대 실손'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고 본인부담률 강화
손보업계 "손해율 개선 가늠 어려워…방안 구체화 필요"
의료계 "의료비 부담 증가·국민 건강권 위협" 강력 반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관리급여' 신설 등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효과를 가늠할 수 없는 선언적 발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구체적 방안 마련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달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비급여 관리 개선, 실손보험 개혁이 주제로 다뤄졌다.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으로는 꼭 필요한 치료는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비급여를 없애 모두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역할 강화와 의학적 필요도를 넘어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를 급여와 병행진료하는 경우 급여 진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급여 제한, 비급여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하는 비급여 관리 강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이를 통해 의료 이용 오남용을 방지하고 합리적 비용으로 의학적 필요에 따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손보험 개혁 방안으로는 신규 상품(5세대)을 신설해 일반질환자의 급여 자기부담을 확대와 비중증 비급여의 보상한도 축소 및 자기부담 확대, 약관변경이 없는 1세대와 2세대 일부(1582만건)를 5세대 계약으로 재매입, 필요 시 약관변경을 통한 재가입 조항 적용 검토 등이 담겼다.

 

5세대 상품은 실손보험 급여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에 연동하는 형태로 제시됐다. 그간 실손보험의 급여 자기부담률은 약 20% 수준이었으나,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외래 재진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 등 건강보험이 급여 진료에 20%보다 더 높은 본인부담률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실손보험도 이와 동일하게 자기부담률을 인상하는 내용이다. 다만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희귀질환자 등에 대한 보장은 유지할 방침이다.

 

비급여 보장에 있어서도 오남용 우려가 크고 일부 가입자 혜택 편중이 큰 주요 과잉·남용 우려 비급여 대상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하고 암·심뇌혈관·희귀질환 등 중증 위주 비급여 보장으로 상품을 개편하는 방안이 나왔다.

 

의료개혁 특위는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 보험료 인하효과는 최대 50% 내외로 추산했다.

 

image
[자료=보건복지부]

 

보험업계에서는 개혁안이 시행되면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급여 관리를 통해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구체적인 사안이 담겨있지 않아 그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비급여 관리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선언적인 발표에 불과했다"면서 "개혁안 대로 비급여항목이 관리될 수 있다면 손해율이 분명히 개선될 것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토론회에서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도 "내용을 보면 비급여에 대한 모든 관리 방안이 총망라돼 있다"면서도 "제시된 내용 중 가격을 관리할 수 있는 건 관리급여 하나뿐이고, 그것도 비급여가 아닌 급여권으로 포함해 사실상 건강보험이 재정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항목을 넣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의료계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의료개혁특위에서 발을 뺀 상황이다. 이에 더해 김택우 신임 전국의사협회장은 이달 9일 "의료개혁특위는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대통령 궐위 상태인 현 상황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제2의 의료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며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의협은 이달 10일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안에 대해 "국민의 건강권을 배려하지 않은 졸속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책"이라며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이 되는 비급여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적시에 적정 의료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만들어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급여'에 대해서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고 본인부담률을 90∼95%로 적용하는 것은 건강보험 네거티브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며, 의료기관과 환자의 사적계약에 따른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겠다는 관치의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5세대 실손에 대해서는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는 등 보장성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새로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며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실손보험 제도 개편 방안은 국민들의 건강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적 정책이 될 것이며,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키는 폐단이 거듭될 게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도 5세대 실손의 손해율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3·4세대 상품이 나왔을 당시 구세대 가입자들이 상품을 갈아타지 않으려 했던 만큼 5세대 역시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5세대 상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구세대 가입자들이 갈아탈 만큼의 매력이 있는 상품이라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3·4세대의 경우 구세대 가입자들을 끌어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