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노베이트, AI 그늘에 가린 메타버스 '칼리버스’ 집중 육성하는 이유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짝 열풍에 그치는 듯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메타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모든 일상 활동을 가상세계로 옮겨 놓은 메타버스는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대면이 다시 일상화됐다. 이와 함께 오픈AI의 챗GPT 등장과 함께 생성형AI가 급부상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가 AI 기술을 등에 업고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 중심에는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가 있다. 메타버스 열풍이 식어가는 가운데 연구개발(R&D)의 끈을 놓지 않았던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는 지난해 다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글로벌 무대에 출시했다.
칼리버스는 기존 메타버스와 전혀 다른 '초현실주의'를 지향한다. 쇼핑, 엔터테인먼트,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 등 극사실적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술을 더욱 고도화 하기 위해 칼리버스에 AI를 입혔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이달 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에서 AI로 고도화된 ‘칼리버스’를 선보여 차세대 메타버스 비전을 제시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앞서 3년간 참여한 CES에서도 고도화된 메타버스 기술로 호평을 받았지만 올해는 AI 기술에 더욱 집중했다. 예를 들어 광활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현실과 다름없는 사실적 그래픽으로 빌딩, 나무, 풀잎 하나하나에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게 롯데이노베이트측 설명이다.
이 같은 AI 기술의 활용은 개발에서 완성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여 새로운 콘텐츠와 수준 높은 그래픽을 원하는 유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콘텐츠 확장, UGC, 그래픽, 웹(Web)3 생태계,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요소에 AI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기능을 더욱 빠르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롯데이노베이트는 미국 AI 반도체업체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애플, 소프트뱅크 등 여러 글로벌 기업과 메타버스 확장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디바이스 성능과 상관없이 고품질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컴퓨팅시스템(GeForce NOW)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기존 칼리버스를 구동하기 위해 고사양의 PC가 필요했던 단점을 극복하고 일반 PC와 모바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타와 손잡고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애플리케이션을 올해 상반기에 선보이기로 했다”며 “유저 창작 중심의 플랫폼 전개도 함께 논의해 콘텐츠 확장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액정보호 강화유리 전문업체 화이트스톤은 일반영상을 3D(3차원)으로 전환하는 칼리버스 AI 애플리케이션에 대응할 신형 3D 필름 공급 관련 독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필름부착만으로 칼리버스를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년 롯데이노베이트에 인수된 칼리버스는 적자를 이어왔다. 영업적자는 인수 시점부터 △2021년 22억8000만원 △2022년 27억6000만원 △2023년 58억10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약 72억원에 이른다.
이는 롯데이노베이트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롯데이노베이트 영업이익은 △1분기 89억5000만원(2023년 1분기 대비 25%↓) △2분기 58억원 (전년비 2.0%↑) △3분기 83억원(48.5%↓)으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러한 실적 부진 원인으로 자회사 적자 및 성과 부재가 꼽힌다.
업계는 자회사 영업적자폭이 줄어들어 올해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성화한 사업 모델을 마련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2024년은 칼리버스를 세상에 선보이는 해였다면 올해는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빅테크 기업과 협의해 메타버스를 고도화하고 사업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