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반도체·AI·로보틱스'...갈 길 먼 이재용 회장 '사법 족쇄' 풀어줘야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1.17 05:00 ㅣ 수정 : 2025.01.17 10:09
이재용 회장, 올해 현장경영 행보 시점에 관심 모아져 '세상에 없는 반도체' 만드는 R&D단지 'NRD-K'가 첫 방문지 예상 첨단 반도체 경쟁력 복원하기 위한 '삼성반도체연구소'도 후보군 '미래먹거리' 로봇사업 현장도 이 회장 연초 현장경영 행보 가능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심 등 사법 리스크, 이 회장 행보 발목잡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새해가 시작돼 각 그룹 총수와 계열사 대표들이 올해 사업 목표와 경영 방향을 담은 신년사를 앞다퉈 내놨다.
4대 그룹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혁신 향한 의지로 새로운 기회 창출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도전과 변화의 DNA로 만드는 미래'를 올해 화두로 제시했다.
이에 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항간에는 이재용 회장이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이달 2일 전사 시무식에 발맞춰 사내에 신년사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도 침묵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신년사를 내지 않고 경영 방향성이나 중점 사업으로 생각하는 사업장을 방문하는 현장경영으로 갈음해 왔다.
이를 보여주듯 그는 최근 5년간 △2020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 방문 △2021년 평택 2공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 △2023년 계열사 사장단 40여명과 위기대응 전략 논의 △2024년 삼성리서치 6세대(6G) 이동통신 점검 등을 새해 첫 행보로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떠한 소식도 전해지지 않아 이 회장과 삼성의 새해 경영 구상을 둘러싼 궁금증과 함께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우선 이 회장이 올해 삼성전자 사업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가장 먼저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도체와 로봇 관련 현장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 회장은 2020년, 2021년에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 현장을 새해 첫 현장경영 대상으로 삼았다"며 "올해도 같은 기조라면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 짓고 있는 차세대 R&D 단지 ‘기흥 NRD-K'현장이 첫 방문지로 예상된다.
NRD-K는 '세상에 없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이 회장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기흥에 10만9000㎡(3만3000여평) 규모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20조원이 투자돼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반도체 모든 분야를 다루는 핵심 연구기지로 발돋움한다. 이를 통해 근원적 기술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고도의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2년여 전인 2023년 10월에도 이곳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반도체 전략을 점검한 바 있다.
차세대 R&D 단지는 회사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투자 사업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이 회장이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재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반도체연구소도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특히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DS(반도체)부문장 자리에 오르며 삼성반도체연구소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분야는 분리해 개발조직 산하로 편성하고 소재와 마스크 등 기반 분야와 3D(3차원) D램 등 차세대 메모리는 남기는 것이 골자다. 또한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 설비기술연구소를 줄이고 삼성반도체연구소로 편입시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기 때문에 이 회장이 점검 차원에서 이곳을 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펼친 로봇사업도 현장경영 후보지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열린 가정용 AI(인공지능) 반려 로봇 ‘볼리’ 시연에 이 회장이 직접 참관할 만큼 로봇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미래 먹거리'다.
가장 주목되는 현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1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0%로 확대해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됐다.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이 더해져 삼성전자가 현재 진행 중인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특정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올해는 고(高)환율,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여기에 때아닌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맞물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2023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 우려와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사장단 만찬을 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재용 회장은 보통 1월 초 첫 현장경영으로 신년 메시지를 대신했는데 이미 1월 중순을 넘어 올해는 상당히 늦었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심 선고(2월 3일) 영향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는데 2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을 아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회장은 명절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글로벌 현장경영을 펼쳤다"며 "이번에는 설 연휴 직후 2심 선고가 예정돼 현장경영이나 경영 메시지는 재판 이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