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화당국이 심각한 경기 부진을 이유로 추가 인하 의사를 내비친 바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늦춰지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16일 올해 처음으로 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3.0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3년 2개월간의 긴축 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뒤 두 번 연속 인하조치에 나섰던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 없이 동결됐다.
앞서 금통위의 금리 인하와 동결을 두고 시장 전망은 팽팽히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을 시작으로 탄핵 국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복귀로 인한 통상 환경 변화로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대두됐다.
앞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췄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또한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연초 항공기 참사 등으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하지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속되는 강달러 현상으로 환율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34.2원을 기록했다. 이번 주 환율은 여전히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며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 사실상 분명해 졌다.
미국 기준금리(4.25~4.5%)와 격차가 1.5%에서 더 벌어질 경우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과 맞물려 자금 이탈 가속화는 물론 이에 따른 환율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
결국 금통위는 금리 인하를 통한 당장의 내수 경기 진작보단 환율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연속 인하가 단행된 가장 최근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로 당시만큼 현재 한국 경제가 침체의 영역으로 뚜렷하게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이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의사를 밝혔던 만큼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 등 대외 변화에 따라 다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다음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은 2월 25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