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기자 입력 : 2025.01.20 07:58 ㅣ 수정 : 2025.01.20 07:58
우리‧신한은행, 주담대 금리 인상 폭 가장 높아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지난해 여름부터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우대금리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고, 새해가 되면서 대출 총량도 리셋됐다.
은행들은 대출 규제를 풀고 취급을 중단했던 상품도 다시 시작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여전히 가산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이례적으로 은행장들을 소집한다. 가산금리 인하 등을 당부할 것으로 보이는데, 압박 수위와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부동산 영끌 광풍이 불었던 여름부터 급증했다. 증가액이 7월 7조5975억원, 8월 8조9115억원, 9월 5조9148억원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후엔 10월 1조923억원, 11월 1조3250억원, 12월 1조4697억원으로 확연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뉴스투데이가 5대 은행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금융채 5년물)를 분석한 결과, 은행들은 지난해 7월 말 이후부터 12월 말까지 가산금리를 최소 0.41%에서 최대 1.23%까지 일제히 올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주담대 최저금리 인상 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 대표 주담대 상품인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의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 31일 1.17%에서 12월 31일 2.40%로 상승했다. 가산금리를 1% 넘게 올린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주담대 최저금리는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최저금리는 7월 말 3.23%에서 12월 말 4.32%로 1.09% 올라, 최저금리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각 은행별 최저금리는 국민 0.64%, 신한 1.06%, 하나 0.42%, 농협 0.16% 상승했다.
가산금리를 인상하고도 우대금리까지 내린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최저금리 인상 폭이 두 번째로 높았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 말 1.77%에서 12월 말 2.29%로 0.52%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2.00%에서 1.30%로 0.70% 내렸는데, 가산금리 인상 폭 보다 우대금리 인하 폭이 더 크다. 이 상품의 최저금리는 7월 말 3.03%에서 12월 말 4.09%로 인상됐다.
우대금리는 금융소비자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일종의 혜택이다.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리면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더 상승하게 된다.
신한은행이 지난 14일부터 주담대(금융채 5년물) 주택구입자금 가산금리를 0.1%p 내리긴 했지만, 지난해 7월 말에서 8월 말 사이 한 달 만에 가산금리를 0.46% 인상한 데 비하면 소폭 인하에 그친다.
신한은행이 가산금리 인하 신호탄을 쏜 건 맞지만, 가산금리를 내렸음에도 가장 최근 영업일인 올해 1월 17일 기준으로 봤을 때, 신한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5대 은행 중 두 번째로 높다.
5대 은행 중 지난해 매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모두 가장 높은 곳은 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NH주택담보대출(5년 주기형)’ 상품은 지난해 7월 말 가산금리가 2.45%, 12월 말 2.86%였고, 우대금리는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2.40%를 유지하다 12월 말 2.50%로 소폭 올렸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최저금리와 최고금리 격차가 5대 은행 중 가장 크기 때문에 최대 우대금리를 실제 적용받기 위해선 금융소비자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대금리 조건에는 거래실적우대, 정책우대, 상품우대 등이 있다.
국민은행 ‘KB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지난해 7월 말 1.44%에서 12월 말 2.24%로 0.80% 올랐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우대금리는 1.40%로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하나원큐아파트론’ 가산금리는 0.29%에서 0.89%로 0.60% 상승했다. 우대금리는 0.40%를 유지했다.
대내외적 이슈로 국내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은행권이 상생금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도 국내 은행들은 국민들의 돈으로 이자 이익을 과도하게 남겼다”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으로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에 직접적으로 가산금리 조정을 요구하기보단 정책으로 규제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업 이익을 내고 대출 총량 관리도 챙겨야 하는 은행이 선뜻 대출금리를 내릴 것 같진 않다”면서 “올해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앞당기거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을 상향하는 등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수위를 조절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여당도 아닌 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6곳 은행장들을 소집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은행연합회에서 6대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상생금융을 당부할 예정인데, 특히 가산금리 인하 등 구체적인 내용과 그 수위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