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①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 기대에 찬물...은행 수익성에는 호재
불확실성 확대 속 환율 안정 고려한 듯
미국도 긴축 완화 속도 조절 나설 전망
채권금리 하락 제한에 대출금리도 높아
고금리에 은행 수익성↑..경계 목소리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미국의 긴축 완화 속도 조절 전망과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 기대감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유도하고 있지만 당장 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 체감도는 낮을 것이란 관측이다.
■ 기준금리 ‘3연속 인하’는 무산...미국 긴축 완화 속도 조절에 환율도 부담
한은 금통위는 16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한은은 고강도 긴축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끌어올린 뒤 1년 9개월 동안 13차례에 걸쳐 동결한 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 0.25%포인트(p)씩 2차례 연속 인하에 나섰는데, 새해 첫 금통위에서는 다시 동결 결정을 내렸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이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1.9%로 물가 안정 목표(2.0%)를 하회한 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부 부진 우려에 따라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과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변수로 작용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를 연 4.25~4.50%인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이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면 양국 금리 차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외환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라 관리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 일단 기준금리 동결로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유도하고 향후 인하 여부를 판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3번 연속으로 인하해야 할 정도로 현재 경제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3연속 인하가 단행된 가장 최근 케이스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인데, 그 당시만큼 한국 경제가 ‘우려와 부진’을 넘어 ‘침체’의 영역으로 뚜렷하게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 금리 인하 효과 못 보는 차주들...높은 대출금리에 은행 수익성도 방어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 기대감은 약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만약 이달 미국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시장에 ‘매파적(긴축 선호)’ 신호를 보낸다면 채권금리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대출금리의 하방 압력보다는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차주들의 경우 지난해 말 한은의 2연속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다시 가산금리를 낮춰 잡고 있지만 이미 상당폭 높여놓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조치인 데다, 인하폭도 0.3%p 수준인 걸 고려할 때 차주들의 유의미한 이자 부담 완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평균은 연 4.58%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인 9월(연 3.95%)보다 0.67%p 급등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기준금리 외 요인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출금리도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에는 시장에 변수가 워낙 많았던 만큼 당분간 대출 정책도 보수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하락이 지연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대출금리를 높여 잡은 은행들은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분을 즉각 반영했다. 통상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벌이질수록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늘어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6890억원인데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실적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가 이미 둔화고 있는 만큼 올해 업황 전망이 어둡다고 설명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NM 평균은 1.57로 전분기(1.64%)에 비해 0.07%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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