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위기 ③] 80년대 미국 강타한 저축대부조합 사태와 비교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12.19 22:42 ㅣ 수정 : 2024.12.20 16:34

작금의 중국 부동산산업 위기를 보면 8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와 대출 부실로 인해 소규모 지역 금융기관들이 무더기 파산한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악몽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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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심각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대혼란 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은행, 그중에서도 농촌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두드러지며, 올해에만 50여개 이상의 은행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방 은행의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때문에 혼란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위기에 놓인 중국경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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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그로 인한 지방은행의 줄도산은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위기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S&L 위기는 80년대 미국 경제를 강타한 금융 위기 중 하나로, 저축대부조합이라는 금융기관이 몰락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S&L은 주택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금융기관이었으나,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와 금리 변동, 규제 완화 등이 맞물려 구조적 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S&L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기존의 저금리 대출 상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부실 대출이 급증했다.

 

더욱이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을 꺾고 새로 정권을 쥔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서 S&L의 투자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이에 따라 S&L 기관들은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및 상업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투자해 자산 손실을 키웠다.

 

결국 약 1000개의 S&L 기관이 파산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약 124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투입해야 했다. 그 여파는 90년대까지 이어졌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는 80년대 미국의 S&L 위기와 몇 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경쟁적 대출 확대로 인한 부실 위험 증가다. 미국 S&L 위기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방 은행과 농촌은행은 과도한 대출 경쟁으로 부실 위험을 키웠다. 특히, 부동산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 금융기관들은 주택 가격 하락과 담보 가치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동시에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에 빠진 것도 유사하다. 다만, S&L 위기의 근본 원인이 상업용 부동산의 과잉 투자였다면, 중국은 주택 시장의 침체가 핵심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대출 부실은 양국 위기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지역 금융기관의 구조적 취약성도 빼놓을 수 없다. S&L 기관들이 소규모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중앙화된 구조적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처럼, 중국의 지방 은행들도 부실 대출에 취약하며, 자금 조달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S&L 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특수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부채 구조다. 미국 S&L 위기의 부채는 달러화로 표기되어 외환 위험에 노출됐던 반면, 중국의 대부분의 부채는 위안화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통화 정책을 통해 부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가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미국은 시장 경제라는 큰 틀에서 금융 위기에 대응했으나, 중국은 정부와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금융기관의 합병 및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국유기업 및 지방정부를 통해 부실 채권을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위기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강제로 분담시키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서구 시장 경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접근 방식으로, 부동산 프로젝트의 인수를 통해 미완공 주택 문제를 해결하거나, 부실 대출을 국유 자산으로 흡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의 부채가 대부분 위안화로 이루어져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미국에 이어 세계경제 2위인 중국의 비중을 고려할 때, 중국 경제의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흐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이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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