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해외건설 수주 '400억弗' 좌절...지정학적 리스크에 발목 잡혔다
11월까지 해외 수주액 325억 달러
북미·태평양, 건축 부문에서 약세
"세계 4대 건설강국 목표도 위태"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2024년 국내 건설업의 해외 수주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해외건설 수주를 통한 500억 달러 달성 목표와 더불어 세계 4대 건설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해외건설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해외에서 기록한 수주액은 326억 달러로 2020년(351억 달러) 이후 최고치다. 이는 중동에서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중동에서 기록한 수주액은 166억8522만 달러로 전년(83만8530만 달러) 대비 98% 증가했다. 유럽에서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7억7639만 달러였던 유럽 수주액은 50억2014만 달러로 182% 폭증했다. 비중으로는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이 50%로 1위, 2위는 16.7%의 아시아 (54억5311만 달러), 유럽은 15.4%로 3위에 올랐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시장에서 유독 큰 성과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6일 카타르 수전력청 카라마(KAHRAMAA)가 발주하고 일본 스미토모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카타르 Facility E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금액만 약 28억4000만 달러, 한화로는 3조9709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삼성E&A와 GS건설은 지난 4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의 4개 패키지 중 3개를 수주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북동쪽 350km에 위치한 기존 파드힐리 가스플랜트를 증설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삼성E&A와 GS건설은 각각 두 개와 한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삼성E&A는 가스처리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1번'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을 만드는 '패키지4번'을, GS건설은 황화수 처리시설 공사를 맡는 '패키지2번'을 담당한다. 계약금액은 삼성E&A 약 60억 달러, GS건설이 약 12억2000만 달러이다.
북미·태평양과 아프리카의 수주 비중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94억4891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주 비중 1위에 올랐던 북미·태평양은 43억6387만 달러로 53.81% 감소했다. 비중은 34.1%에서 13.3%로 떨어졌다. 아프리카에서의 부진도 뼈 아프다. 작년 3.9%로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10억7686만 달러의 수주액을 올렸던 아프리카는 올해 1억9766만 달러로 81.64% 급감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해 미국에서의 호실적은 유독 그룹 내 공장 건립이 많았다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만큼 올해 하락할 수 밖에 없었던 지표"라고 말했다.
공종별로 보면 건축에서의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해 건설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114억629만 달러였던데 반해 올해는 45억318만 달러에 그쳤다. 비중 역시 공종 전체 41.1%에서 13.8%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토목과 건축 쪽에서의 수주는 체감할 정도로 적었다"며 "400억 달러 목표 달성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0억1204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산업설비는 226억9574만 달러로 88.94% 증가했으며 비중 또한 43.3%에서 69.4%로 늘었다.
산업설비에서의 호성적은 대우건설이 체코에서 터뜨린 잭팟의 영향이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함께한 팀코리아를 통해 체코 신규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이 사업은 규모만 약 48조에 달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밝힌 세계 4대 건설강국으로 도약하는 조건 중 한 가지가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 500억 달러 수주였던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올해 400억 달러에 도달해 순차적으로 성장했어야 한다"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중동과 러시아 등지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외수주에 영향을 끼친 것이 결과적으로 400억 달러 목표 달성 실패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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