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138조원대로 커질 글로벌 '제로 트러스트' 시장 공략
2025년은 연초부터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탄핵 정국을 맞았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한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 등 악재가 겹쳐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새해 벽두부터 대내외 변수가 난무하는 을사년(乙巳年) 산업별 시장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을 포함한 약 900개 기업이 행사에 참가했다.
지난 CES 2024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은 기업의 혁신 기술력을 선보인 자리였다면 올해는 실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가 핵심 화두다.
이에 따라 초개인화된 AI 기술과 함께 이를 뒷받침 해줄 보안기술을 내놓은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경험과 혁신의 확장’을 주제로 사용자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홈(Home)AI’ 비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초개인화된 홈AI 보안체계를 위해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탑재했다. 또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을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모든 가전에 적용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연결된 가전이 서로의 보안 상태를 모니터링해 외부 공격으로부터 기기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는 ‘AI를 통한 일상 변화’를 강조하며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AI홈 존과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을 선보이고 이를 보호할 LG전자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를 선보인다.
SK그룹은 그룹 전시관에서 SK의 AI DC(데이터센터) 관련 기술과 각종 AI 서비스를 내놓는다. 특히 SK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와 CES 최고 혁신상을 거머쥔 AI 기반 금융사기 탐지·방지 기술 ‘스캠뱅가드(ScamVanguard)’ 등 보안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이번 CES 2025에는 생활 밀착형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보안 솔루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AI 시대 개막으로 국내 주요 보안업계도 올해 보안 솔루션 고도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보안전문 기업 SGA솔루션즈는 ‘2025년 보안위협 전망’을 발표하며 AI 기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미확인 위협을 탐지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AI 차세대 엔드포인트 백신 사용을 권장했다.
SGA솔루션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이를 악용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AI를 활용한 랜섬웨어, 피싱 공격은 더욱 고도화됐다”며 “피싱 이메일과 딥페이크는 더 정교하고 초개인화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IT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AI 도입이 현실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보안 솔루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AI, 클라우드 등 IT 기술 발달에 따라 보안체계 첨단화도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 차세대 보안 모델...'제로 트러스트' 대두
AI, 클라우드 등 IT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업은 더 많은 보안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경계 기반 보안 모델이 아닌 차세대 보안 모델 '제로 트러스트'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제로 트러스트는 ‘신뢰하지 않고 검증한다(Never Trust, Always Verify)’는 원칙에 토대를 둔 보안 접근 전략이다. 이 전략은 △VPN(가상 사설망) △IPS(침입방지시스템) △화이어월(Firewall, 방화벽) 등 기존 네트워크 보안 제품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를 위해 제로 트러스트는 △신뢰 거부 △강력한 인증 △동적 접근제어 △지속적 검증 등 7대 원칙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제로 트러스트 시장 규모는 2023년 314억5000만달러(약 45조6025억원)에서 연평균성장률(CAGR) 17.1%를 나타내 2030년에는 952억2000만달러(약 138조69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지난 2023년 7월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형 확산을 돕기 위해 ‘철통 인증 지침 1.0’을 마련했으며 지난해 12월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 2.0’도 선보였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사이버 침해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 확산으로 기업의 보안 관리 요소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로 트러스트 보안 체계 전환은 분초를 다투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제로트러스트 확산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제로 트러스트 고도화 및 확대를 위해 본격 나서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한국제로트러스트위원회(KOZETA) 회원사는 63개로 KISIA 전체 회원사(306개사) 중 약 20.5%에 이른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SK쉴더스 △지란지교그룹 △이글루코퍼레이션 △SGA솔루션즈 등이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SGA솔루션즈는 지난 2023년 국내 유일의 풀스택(Full-Stack) 제로 트러스트 솔루션 ‘SGA ZTA’를 선보였다.
SGA ZTA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SP 800-207’에서 제시하는 7가지 제로 트러스트 원칙에 가장 부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GA솔루션즈는 제로 트러스트 실증사업을 주관사업자 자격으로 연속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보안기업으로 ‘제로 트러스트 보안 선도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이밖에 지란지교에스앤씨는 주관기관 앰진을 중심으로 엔드포인트랩, 옥타코와 함께 제로트러스트 시범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번 컨소시엄은 △이브이시스 △SK브로드밴드 △이삼천산업 △이아토리서치 △이에듀앤플레이 △이엔스텔정보통신 등 총 6개 수요기관과 협력하며 차별된 제로 트러스트를 선보였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025년은 AI, 클라우드 같은 IT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안 위협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국내 보안 기업은 저마다 차별된 제로 트러스트 기술력과 역량으로 고도화된 보안 위협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