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은행권…임금 인상률·성과급 확대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명목 하에 예대금리차를 벌이며 큰 이자 이익을 거둬왔다.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도 은행권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따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임금 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p 높아진 수준이다.
임금 인상률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 협상하는 사안으로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로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은행들의 성과급 규모도 전년보다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올해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신한은행 281%, 하나은행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 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복지 포인트를 50만원 증액한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한다.
은행 관계자는 “전년도 실적에 따라서 성과급 규모가 나온다”며 “올해 3월 주총에서 재무제표가 확정돼야 공식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조 측은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아울러 우리은행은 지난해 현금성 포인트인 꿀머니 200만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복지 포인트 형 식으로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노사 간 입장차가 큰 상태다.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수준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통상임금 280% 보다 확대된 수준이다.
반면 사측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액(8420억원)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이유로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전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한 쟁의행위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노조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을 신청했는데,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다.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높은 성과급과 임금 인상이 가능한 이유는 지난해 대폭 늘어난 이자 이익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홍콩 ELS 사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6% 증가했다.
특히 이들의 이자 이익은 약 29조14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 늘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따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를 벌이며 수익을 올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1%p다. 2023년 8월 1.45%p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돈잔치를 벌인다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금융권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그에 맞는 임금이나 성과급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대 은행 직원의 평균 근로소득은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1억1566만원, 농협은행 1억1069만원, 우리은행 1억969만원, 신한은행 1억898만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