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요동치는 환율에 ‘긴장’…환헤지 비용 부담 증가 전망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탄핵 정국에 환율이 요동치면서 보험업계가 환헤지(환율 리스크 분산) 비용 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환헤지를 통해 해외투자 손실은 적을 것으로 보이나, 해외투자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32.2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달 3일 이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41.5원 폭등하면서 1442.0원을 기록했다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되면서 1420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사흘간 141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다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외화자산에 대한 환헤지 100% 비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로 통화선도환과 외환스왑, 이종통화스왑 등 파생상품을 환헤지 수단으로 활용한다.
통화선도환이란 미래 일정 시점의 환율을 현재에 고정시켜 외환을 매입·매도하는 외환계약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보험사의 환헤지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환율 상승으로 보험사가 사들인 해외 채권의 평가 가치가 상승하지만, 환헤지 비용이 함께 커지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자산을 해외에 투자했다. 국내 22개 생보사가 보유한 외화표시증권(일반계정)은 올해 6월 기준 총 79조7400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동월 약 74조6600억원에 비해 5조8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생보사별 외화표시증권 규모는 삼성생명이 23조4078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이어 △교보생명 15조2500억원 △한화생명 6조3133억원 △신한라이프 3조9111억원 △라이나생명 2조1391억원 △DB생명 1조1449억원 △KB라이프생명 8411억원 순이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32개 손보사의 전체 외화표시증권 규모는 32조9670억원이다. 전년 동월 30조5150억원에 비해 2조4000억원 확대됐다.
각 사별로 보면 DB손해보험이 7조2602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화재 6조9928억원 △현대해상 6조8433억원 △KB손해보험 3조2873억원 △메리츠화재 1조1370억원 △롯데손해보험 1조423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보험사의 외화순손익도 적자를 기록했다. 3대 생보사의 외화순손익은 2분기까지 흑자를 보였으나 3분기 △삼성생명 1조4017억원 손실 △한화생명 8026억원 손실 △교보생명 796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손보업계는 △삼성화재 1859억원 손실, △DB손해보험 5099억원 손실, △메리츠화재 686억원 손실로 적자를 보였다.
보험사들은 환헤지 설정을 통해 환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어 손실은 적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환헤지 비용 자체가 확대될 수 있어 외환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환헤지를 통해 외화자산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환헤지 비용 자체가 증가하는 점은 부담 요소”라며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환율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1400원대를 기록했는데, 비상계엄 이후 더욱 불안정한 모양새”라며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환율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여 정국이 빠르게 수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외환순손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환헤지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외국인투자자 이탈, 조달 부담 등 국내 정치상황 영향을 고려하면 업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