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23 00:47 ㅣ 수정 : 2025.01.23 08:33
미국 내 에너지 생산 및 가격안정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비상계획 발표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 급등세에서 급락세로 돌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에너지 비상 계획을 발표하며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을 덮친 북극한파에 힘입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0만BTU(열량단위)당 4.3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트럼프의 비상계획 발표가 나온 직후 3.8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트럼프의 에너지 비상계획은 크게 보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있어, 천연가스 가격의 단기 및 중장기적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비상계획은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미국 내 생산 증대를 위한 규제 완화, 에너지 수출 확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 비축 전략 강화 및 에너지 위기 대응 시스템 개편 등이 골자다.
이 계획은 국내 화석 연료 생산을 우선시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반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비상계획 조치를 통해 무엇보다 국내 에너지 비용 절감 및 글로벌 지배력 강화를 겨냥하고 있다. 또한 화석 연료 생산 및 인프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생산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역에서 화석연료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비상계획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며,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의존한 에너지 독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이 에너지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체계를 조성했다고 비난하며 이를 "에너지 비상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상계획에서 주목할 것은 특히 천연가스를 미국 에너지 자립의 핵심 자원으로 삼으며,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자원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에너지 자원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비상계획은 천연가스 시추와 인프라 개발을 확대하도록 권장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공급 증가로 이어져 천연가스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트럼프는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LNG 수출량을 줄임으로써 미국 내 공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국내 LNG 가격을 하락시켜 물가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 LNG에 의존하는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서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는 고려할 변수가 아닌 것이다.
비상계획이 나온 직후 천연가스 가격은 4.2달러에서 3.9달러로 급락했고, 이후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한때 3.7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세계 제1의 천연가스 수출국가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비상계획 조치에 따른 수출제한은 천연가스 가격을 급락시키기에 충분했다.
모건스탠리는 당초 올해 천연가스 평균가격을 4.15달러로 제시했지만, 갑작스런 트럼프의 에너지 비상계획 조치로 가격전망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천연가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비상계획 조치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약세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3.7달러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최악의 경우 3달러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북극한파가 2월까지 지속될 경우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